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008년 북한의 정권 창건 60돌을 맞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유엔 총장으로 회원국에게 보낸 일상적인 축전 성격이지만 박사모 등 보수단체 일각에서 ‘종북주의자’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재임 시절인 2008년 9월 3일 북한 정권 창건일인 9일을 앞두고 김 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냈다. 반 총장은 "정권 창건일에 즈음해 각하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와 인민에게 저의 가장 열렬한 축하를 드리게 됨을 커다란 기쁨으로 생각한다. 각하께 저의 가장 숭고한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당시 북한 평양방송은 반 총장의 이름을 선전 도구로 활용했다. 그간 북한은 반 총장이 한국 출신임을 고려해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에게 경의를 표하는 내용이라는 점을 들어 직접 언급했다.
지난 12일 귀국한 반 전 총장이 본격 대선 행보를 펼치면서 이 축전은 박사모 등 보수 커뮤니티에 등장했다. “빨갱이” “매국노” 등 원색적인 비난이 뒤따랐다. 반 전 총장 팬클럽 ‘반딧불이’는 “유엔 총장으로서 당연한 업무를 두고 종북주의자로 매도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 총장이 2015년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과 새해 연하장을 주고받았다는 사실도 일부 보수단체를 자극했다. 당시는 유엔이 지속적으로 북한 인권 실태를 문제 삼고, 책임자인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수 있는 내용의 북한인권 결의안을 통과 시킨 때여서 ‘내통’이라는 험악한 표현까지 나왔다.
이러한 축전과 연하장 논란은 반 전 총장의 인천공항 의전 요구 등과 맞물려 반 전 총장에 대한 비난을 증폭시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반 전 총장의 어색한 행동을 꼬집는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