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경기도 파주시 인근 서부전선 백마부대 상승독수리연대 독수리교회에선 이색풍경이 연출됐다. ‘도움배려병사’(관심병사)들이 혹한기 훈련을 마치고 삼삼오오 교회 예배당을 찾았다.
‘상승독수리연대 군장병들과 함께하는 위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원로목사 군장병 상담위원회(회장 추연호 목사)가 주최하고 백마부대 독수리연대본부가 주관한 행사다.
마이크를 잡은 추연호(77·서울은파교회 원로) 목사는 “눈이 많이 내리는데 한걸음에 여러분을 찾아왔습니다. 올해도 건강하게 군복무하세요”라고 외쳤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고, 찬송가 305장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이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나라 안전과 장병의 건강을 위한 기도가 있었다.
70~80대 원로목사들이 병사들을 만나기 시작한 건 2년 전. 군부대 폭행과 총기사고 등이 언론에 많이 나올 때였다. 당시 이 부대 연대장은 평소 안면이 있는 원로목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사고 가능성이 높은 도움배려병사를 아들처럼 보살펴달라는 부탁이었다.
원로목사들은 2개월여 준비기도 모임을 거쳐 사역을 시작했다. 살아온 세월과 목회경험을 살려 어려움에 처한 젊은 병사들에게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상담은 2015년 5월부터 매달 2회 진행했다. 못 다한 말들은 편지교환으로 이어졌다. 주머닛돈을 털어 성경과 찬송가, 과일을 선물했다. 병사들이 필요로 하는 사항을 부대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민망해하던 병사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모해 갔다. 상담 전과 비교해 군부대 사고가 70%나 줄었다고 군 관계자가 귀띔했다.
소감문을 발표한 A일병은 “자대배치 후 적응하기 힘들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 주셔서 마음을 터놓을 수 있었다. 다른 장병도 속앓이 하지 말고 상담을 통해 군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하라”고 했다.
B일병은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군 생활이 어려웠다”며 “하지만 상담 받으면서 군복무는 왜 해야하고 뭘 해야하는지 깨닫게 됐다”고 했다.
며칠 전 전역한 C씨도 소감문을 전해왔다. 소감문에는 “안 좋은 생각을 할 때마다 위로해 주신 목사님 때문에 생각을 고쳐먹고 전역할 수 있었다. 이제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고 살겠다”고 적혀 있었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상품이 푸짐했다. 원로목사들은 핸드크림과 샴푸 등을 전달했다.
파주=글·사진 유영대 기자, 온라인 편집=최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