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 속에서도 타오른 촛불…故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제도 열려

입력 2017-01-15 11:54 수정 2017-01-15 11:55
서울의 기온이 올겨울 가장 낮았던 14일에도 촛불은 뜨겁게 타올라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재벌 총수 구속’을 외쳤다. 1987년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 열사를 기리는 30주기 추모제도 함께 열렸다. 보수단체는 대학로 등에서 맞불집회를 이어가며 탄핵 반대를 주장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2차 촛불집회 ‘공작정치 주범·재벌총수 구속’을 열었다. 영하 10도의 한파에도 시민 13만명(주최측 추산)이 집회에 참석해 ‘범죄자 박근혜 즉각 구속하라’는 피켓과 촛불을 들었다. 부산과 대구 전남 등 지역에서도 1만6700여명이 모여 뜻을 함께 했다.

혹한에도 시민들의 발걸음은 끝없이 이어졌다. 12번의 촛불집회 중 11번을 참석했다는 박채운(19)씨는 “탄핵이 가결됐지만 헌법재판소에서도 몇 개월이 걸릴텐데 그동안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집회에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며 “위안부 합의 등으로 시민을 개로 본 박근혜 대통령을 처벌하고 재산도 모두 몰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친구 차모(19)씨와 함께 시민들에게 무료로 핫팩을 나눠주며 마음을 보탰다.

직장인 최모(33)씨는 패딩과 목도리로 단단히 무장하고 집회를 찾았다. 여자친구와 함께 온 최씨는 “날씨가 춥다고 해서 잠시 망설였지만 내가 안나가면 남들도 안나갈 것 같아 나왔다”며 “이렇게 추운데도 사람들이 모여 촛불을 든걸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본 집회는 오후 5시30분부터 가수 한동준씨의 ‘너를 사랑해’ 무대로 시작됐다. 민변 정연순 회장, 4·16연대 김혜진 상임운영위원 등이 발언을 이어갔다. 김혜진 상임운영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의 행적에 대한 자료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지만 다 거짓말” 이라며 “우리는 박 대통령이 7시간동안 무엇을 했는지가 궁금한 게 아니라 왜 제대로 몰랐으며, 구조하지 않았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집회가 마무리 되고 시민들은 청와대와 총리공관, 종로 3개 경로로 행진했다. 강추위로 인해 별도의 소등행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날은 박종철 열사가 고문으로 숨진지 30년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광화문 광장 한편에는 박종철 열사의 생전 사진과 함께 추모를 의미하는 국화꽃이 놓였다.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등은 광장 북쪽 무대에서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와 민주승리 국민대회’를 열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힌 노란 풍선을 든 시민들이 하나둘 모였다.

추모사는 1987년 민주항쟁 때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맡았다. 배 여사는 “당시 종철이가 남영동에서 탁치니까 억하고 죽었다했는데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나, 이 부모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단순히 그렇게 생각했다”며 “그런데 얼마 안돼서 내 아들이 그 더러운 놈들 손에 죽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30년 전 자식의 사진을 가슴에 안고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다닐 때 나는 원숭이고 다른 사람들은 구경꾼이었다”며 “(지금) 세월호 가족들이 30년 전 이한열 애미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프다”고 말해 시민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부씨는 의연하게 30주기를 맞았다. 박씨는 “이제 곧 저는 살아온 종철이를 만날 것”이라며 “시퍼렇게 되살아오는, 살아서 돌아오는 민주주의를 마중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그 민주주의를 부둥켜안고 얘기할 것이다. 고맙다고,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라고 덧붙였다.

보수단체는 대학로 등에서 맞불집회를 이어갔다. 박사모 등 보수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서울 대학로 인근에서 ‘제9차 태극기 집회-가자 대학로!’를 열고 탄핵 무효를 외쳤다. 이들은 이날 120만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소형 태극기를 손에 들고 흔들며 “억지 탄핵”을 외쳤다.

발언자로 나선 정미홍 KBS 전 아나운서는 “우리가 대한민국의 힘이고 희망”이라며 “반드시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했다. 태극기를 들고 모인 보수단체 회원들은 “맞습니다”라며 화답했다. 2030 청년 포럼 회원들도 무대에 올라 “대한민국을 지키려는 세력과 무너뜨리려는 세력사이의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러한 불의한 상황을 지켜보지 않으려 청년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184개 중대 1만4700여명의 경력을 투입해 집회에 대비했다. 자체 추산한 집회 참가 인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자 이날부터는 따로 참가인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