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5월단체들이 1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광주시에 전달한 전일빌딩 헬기 총탄흔적 공식감정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와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등 5월 단체는 “전일빌딩에 대한 국과수의 감정서는 헬기의 민간인 사격 등 5·18진실을 밝히는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전제한 뒤 4가지 입장을 정리했다.
5월 단체는 먼저 국과수의 감정결과는 5·18항쟁기간 헬기의 민간인 거주지역 사격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지난 37년동안 정부와 군 당국의 자위권 발동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무차별 공격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어 향후 광주시와 협력해 총탄흔적이 발견된 현장을 원형대로 보존하고 전일빌딩은 5·18사적지로 지정되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월 단체는 또 옛 보존된 전남도청의 원형복원에 대해 침묵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아시아문화전당을 규탄한다며 총탄흔적 복원 및 보존건물에 대한 광주·전남 시민사회의 원형보존 요구를 즉각 수용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5월 단체는 마지막으로 아직도 미흡한 5·18진실규명과 고나련해 2017년부터 자체적으로 수집한 기록을 토대로 연구결과를 제시하면서 새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해 실체적 진실규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민간빌딩과 시민군을 향한 계엄군 무장헬기의 무차별 발포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공식감정서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군 당국은 그동안 무장헬기 투입을 전면 부인해왔지만 국내 최고 권위의 과학수사기관 검증에서 기총소사가 사실로 굳어짐에 따라 40년 가까이 베일에 싸여온 발포명령자가 과연 누군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5·18기념재단 김양래 상임이사는 13일 “헬기 기총소사 여부에 관한 진상규명은 발포명령자를 찾는 것으로 완성된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이와 관련, “당시 광주에 투입된 헬기조종사가 ‘모 장군으로부터 사격명령을 받았다’는 증언을 확보했다”며 “증언자가 장군의 실명은 밝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구체적 헬기 발포명령자를 지목한 5월 단체 간부도 있다. 정수만 전 5·18민주유공자 유족회장은 이날 “당시 황모 육군참모차장이 무장헬기와 전차 동원을 지시했고 일부 군인들이 반대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발포명령자를 황 전 육참차장이라고 지목했다.
실제 재판기록 등에 따르면 황 모 육참차장은 1996년 5월 6일 열린 ‘12·12군사쿠데타 및 5·18사건’ 7차 공판에서 이와 관련된 재판부의 심문을 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1980년 5월20일에서 26일 사이 당시 전교사 부사령관 김기석 장군에게 전화를 걸어 ‘전차와 무장헬기를 동원해 강경한 충정작전을 하라’는 지시를 했다가 김 장군이 거절했다는 데 사실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황 전 육참차장은 “원칙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차 헬기는 투입되지 않았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씨는 “군 기록에는 소준열 당시 전투병과교육사령부(전교사) 사령관도 ‘헬기에서 총을 쏜 것은 사실이지만 민간인에게 쏜 적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돼 있다”고 강조했다.
5·18 진상규명의 핵심사항 중 하나인 발포명령자는 무장헬기뿐 아니라 처음 시위군중을 향해 ‘사격하라’고 지시한 최초의 발포명령자도 그 날 이후 37년이 흐른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고 있다.
5·18 당시 3살 터울의 동생이 숨진 정수만씨는 신군부 정권이 출범한 1981년 5·18 1주기 추모식을 강행했다가 수감됐던 5·18 유공자다.
이듬해 2월 석방된 정씨는 국내는 물론 당시 특파원을 파견해 5·18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방송사 등에 찾아가 방대한 5·18자료를 수집한 산증인이기도 하다.
그동안 모은 5·18자료는 A4용지 30만~40만 쪽 분량으로 정씨는 당시 전교사의 비밀문서 ‘광주 소요사태분석 교훈집’ 등 중요자료를 발췌해 5·18기념재단에 기증했다.
5·18 이후 4개월여 만인 1980년 9월 전교사가 육군본부에 제출한 ‘광주 소요사태분석 교훈집’에는 ‘헬기능력 및 제한사항을 고려한 항공기 운영’ 방식으로 ‘유류 및 탄약의 높은 소모율로 고가 운항’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연료와 탄약의 비용이 많이 든 헬기투입이 비효율적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국과수는 지난해 8월부터 광주시의 의뢰에 따라 3차례 현장감식을 거쳐 분석작업을 진행해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5월 단체, 국과수 감정서는 헬기의 민간인 공격 입증한다는 입장 발표
입력 2017-01-13 2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