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의 ‘박근혜 특검’ 생생기록] 33. 이재용 영장 청구하나… 일부 진술 어긋나

입력 2017-01-13 17:24 수정 2017-01-13 17:31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국정화역사교과서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전 특검 사무실 앞에서 최순실의 국정역사교과서 개입 관련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그룹 오너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전날 오전 9시30분쯤 소환된 이 부회장은 22시간가량 고강도의 밤샘조사를 받고 13일 오전 7시50분쯤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나왔습니다. 그러고는 곧바로 회사로 출근해 대책회의를 했습니다. 특검팀은 이르면 내일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공식 수사 24일째(1월 13일 금요일)입니다.

소환조사를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특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 이재용 사법처리 수위는=이규철 대변인(특검보)은 오후 2시30분 정례브리핑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처리와 관련해 취재진으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Q. 영장 여부는 언제 결정하나.
A. 그의 신병처리 여부는 오늘은 결정되기 힘들 것 같다. 늦어도 내일이나 모레 사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Q. 혐의 일부 인정했나.
A. 현재로서는 언급하기 곤란한 점이 있어 그 부분은 말씀드리기 어렵다.

Q. 청문회에서 밝힌 것과 동일한 입장을 내놨나.
A. 진술내용은 기존 언론보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안다.

Q. 청문회 거짓말도 구속영장 청구 사유?
A. 특검에서 위증으로 판단한 부분도 같이 기소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

Q.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물의 위증이 기소 이외에 구속영장 청구 사유도 되는가.
A.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물이 그랬다면 영장 청구 사유의 일부로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22시간 조사했는데 혐의를 부인해서인가. 아니면 중간에 쉬어서인가.
A. 조사할 내용이 많고, 핵심 내용에 대해 수사팀에서 요구하는 진술과 피의자 진술이 불일치해서 수사가 오래 진행됐다.

Q. 몇 개 팀에서 조사했나.
A. 한 팀에서 조사한 걸로 안다.

Q. 삼성은 기본적으로 강요에 의한 피의자라고 일관되게 말하면서도 시점이나 지원관계 드러날 때마다 말을 자꾸 바꾼다. 말바꾸기에 대해서는 뭐라고 설명하나.
A. 지금 단계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답변 공개는 곤란하다. 그 부분에 대한 추궁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Q. 최지성 장충기(삼성 미래전략실 실장·차장) 재소환 계획 있나. 삼성 추가 압수수색 계획은?
A. 재소환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 압수수색 여부는 대답하기 곤란하다.

Q. 피의자 진술이 단계마다 변하는 게 구속영장 청구의 주요 사유가 되나.
A. 원론적으로 진술이 오락가락한다면 당연히 영장 청구 사유가 될 것이다.

Q. 영장 청구에 경제적 영향도 고려하나.
A. 특검 입장에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뿐이다. 그런 부분은 언급할 내용이 아니다.

Q. 뇌물 공여로 기울어지고 있나.
A. 적용 혐의는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다만 현재 뇌물 공여 및 위증 두 개의 혐의를 검토 중이다.

Q. 최지성 장충기 박상진의 진술과 이재용 진술 어긋나는 부분 있나.
A. 일부 어긋나는 부분 있는 것으로 안다.

Q. 뇌물 공여라고 언급했는데 적용되는 게 직접 뇌물죄냐, 제3자 뇌물죄냐?
A. 그 부분도 영장 청구 여부가 결정될 시점에 말씀드리겠다.

Q. 내일이나 모레 신병처리 결정한다고 했는데 정확히 언제?
A. 이르면 내일도 가능하다.

특검 조사를 마치고 대기 중인 차량에 오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장시간 조사를 받고 나온 이 부회장은 취재진이 “뇌물 혐의를 인정하느냐” 등의 질문을 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이 대기 중인 차량에 올라탔습니다. 이 부회장은 앞서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했을 때에는 포토라인에 선 뒤 “저희가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린 점에 대해 국민들께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짤막하게 말했습니다.

조사는 양재식 특검보의 지휘 아래 특수통인 한동훈 부장검사와 김영철 검사가 맡았습니다. 이 부회장 조사는 다른 피의자와 똑같이 진행됐고 출석해서 곧바로 조사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조사 시작 전 박영수 특검과 면담하지도 않았습니다. 이 부회장은 조사를 받으면서 끼니는 6000원짜리 도시락(점심)과 짜장면(저녁)으로 때웠다고 합니다.

쟁점은 2015년 8월 최순실씨의 독일 현지 법인인 코레스포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하고 35억원을 송금한 것, 최씨 딸 정유라씨에게 명마 구입 대금으로 43억원을 제공한 것, 최씨 조카 장시호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을 후원한 것,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한 것 등이 뇌물이냐 아니냐입니다. 삼성은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것으로 피해자일뿐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특검 측은 뇌물로 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에게 횡령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12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고발한 청문회 위증 혐의도 추가될 것입니다.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최종적으로 박영수 특검이 결정합니다. 특검 측은 이 부회장과 함께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실장(부회장), 장충기 차장(사장), 삼성전자의 박상진 대외담당 사장 등 그룹 수뇌부의 신병 처리도 결정합니다. 대한승마협회 회장이기도 한 박 사장은 12일 오후 2시 비공개 소환돼 조사를 받고 13일 새벽 3시30분쯤 귀가했습니다. 승마협회 총무이사인 김문수 삼성전자 부장도 함께 소환됐습니다. 삼성 수사가 완료되면 SK와 롯데 등 다른 대기업 수사도 진행될 것입니다.

이화여대 학사 농단과 관련해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이 13일 오후 재소환됐다. 뉴시스

# 정유라 이대 특혜 핵심 재조사=이화여대 학사 농단의 핵심인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이 13일 오후 재소환됐습니다. 정유라씨에게 입학 특례를 제공하고 관련 교수들에게 정씨의 학사 편의를 봐줄 것을 요구한 혐의입니다. 김 전 학장은 전날인 12일 오전 10시쯤 소환돼 조사를 받고 밤 11시30분쯤 귀가조치된 바 있습니다. 그는 귀갓길에 입학 특혜를 지시했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국회 청문회에서도 위증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계속 오리발입니다.

김 전 학장은 암 투병 중입니다. 12일 소환 당일 이규철 대변인(특검보)이 “건강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 상황을 고려해 신병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거짓말로 일관하면 봐줄 수가 없습니다. 죄질이 너무 나쁘기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 전 학장은 지난 9일 국회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본인은 2016년 6월 20일에 유방암 2기를 진단받아 절제 수술을 받았으며, 항암치료 중 극심한 고통과 통증을 수반하는 항암 화학요법 부작용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 전 학장 신병 처리가 끝나면 최경희 전 총장이 소환될 것입니다.

한편 덴마크 경찰이 정유라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와 관련해 다음 주말까지 조사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특검에 공식 통보했다고 합니다. 정씨 송환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죠.

특검 삼성 수사 일지. 뉴시스

# 윗선으로 올라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수사=특검팀은 구속수감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13일 오후 2시 소환해 조사했습니다. 이들 3명은 12일 새벽 2시쯤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에 관여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구속된 바 있습니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경우에는 영장이 기각됐죠. 죄가 없다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관여 정도가 낮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작성 실무와 전달을 맡았던 청와대 전현직 행정관들의 주거지까지 압수수색했습니다. 이제 ‘윗선’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만 남았습니다. 두 사람에 대한 소환 일정은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이규철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소환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내주 정도면 일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