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뉴욕 발언과 귀국 발언을 종합하면 가장 유력한 키워드는 ‘굿 거버넌스(Good Governance)’와 ‘갈등·분열 치유’ 등이 꼽힌다. 거버넌스(Governance)는 거번먼트(Government)와는 달리 정치와 경제 및 사회적 자원의 배분과 관리와 관련된 총체적 구조와 과정을 강조한다. 한 사회 내의 다양한 기관이 자율적으로 국정운영에 참여하고 협력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협치’ 개념이 포함돼 있다. 정부차원을 벗어나 사회 내 다양한 주체가 자율성을 지니면서 국정에 참여하는 통치방식을 말한다. 거버넌스 이론의 본질은 대리인의 권리남용, 이해상충 등을 방지하고, 대리인 비용(agency cost)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책임추적성(accountability)을 강조하는 것이다.
2005년 개최된 제6차 정부혁신세계포럼에서 유엔 회원국의 거버넌스 증진을 위한 중심기구인 유엔 거버넌스센터(UNPOG, United Nations Project Office on Governance) 설립을 결의했다. 거버넌스센터는 정부 혁신과 지방 분권,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유엔 회원국의 역량 개발은 물론 세계인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회원국의 정부 혁신 모범사례를 분석하고, 그 연구 결과를 배포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인천 송도의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내에 UN OSD(United Nations Office for Sustainable Development)를 설치하였다.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하는 지속가능발전 분야 교육·연구센터로 본격적인 교육과 연구활동을 통해 환경 및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지식확산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먼저 환경, 경제, 사회 3개의 측면으로 나누어져 있고 환경 뿐만 아니라 사회적 측면 역시도 중요하고, 개발이라는 것 자체가 경제적으로 뒷받침이 되어야만 가능하다고 본다.
2011년 08월 10일 연임 이후 첫 방한한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첫 공식 일정으로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 주최 조찬 간담회에 참석해 인권·노동·환경·반부패 등 UNGC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이 국제사회에서 지속가능성장을 주도해줄 것을 당부하였다.
2013년 7월24일, 반 전 총장은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방문해서 연설을 하고 타종을 하였다. 연설과 폐장 타종은 유로넥스트가 유엔이 추진하는 지속가능한 주식거래 운동에 참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자본, 금융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민간 부문은 그간 국제적 차원의 개발, 빈곤·불평등 퇴치, 젊은이들에게 알맞은 일자리 창출, 지속가능한 성장 등의 분야에서 기여했다고 말하면서 모든 투자는 금융 차원만이 아니라 사회·환경·개발 등의 측면에서 지속가능해야 한다고 하였다. 특히 부패 방지, 경제적 착취 종식 등이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투자자·사업가·기업들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2016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UN 지속가능개발목표’ 실행 모델 제시했다. ‘UN 지속가능개발목표’란 2016년부터 2030년까지 향후 15년간 전 세계의 경제·환경·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빈곤퇴치, 물과 위생, 에너지, 인프라와 산업화,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증진 등 17개 목표로 시행되는 UN의 글로벌 중장기 발전계획이다.
거버넌스 분야의 최고 석학인 가이 피터스(Guy Peters)는 ‘거버넌스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핵심 이해관계자가 함께 참여하여 의사결정을 조정해 가는 과정’이라고 하였다.
굿 거버넌스는 어질고 올바른 정치라는 추상적 개념뿐 아니라 국민 참여와 투명성 등을 보장하는 정치 시스템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져 있는 나라를 다시 하나로 만들어 선진국 진입의 발판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국가 운영 시스템, 이른바 굿 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축할 것이냐에 중점을 두어야할 것이다. 기존 거버넌스 시스템에서 새로운 굿 거버넌스 시스템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과정을 중시하며, 그 과정에 있어서 투명성(transparency), 효과성(efficiency), 참여성(participation)을 확보하여야 한다.
굿 거버넌스는 ‘미래 사회에 조직은 어떻게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공동의 목표를 멋지게 달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궁극적 해결책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한편 굿 거버넌스라는 것은 자본주의와 서구의 사상에 맞게 이루어진 하나의 평가 제도에 불과하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즉 그 현지 국가에 필요한 정책인지 그리고 그 정책이 현지국가의 경제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닌 단순한 자신들의 기준을 평가하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평가의 내용은 재산권, 경제적 투명도, 정치적 거버넌스, 참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굿 거버넌스라는 서구의 제도를 대한민국의 사정에 맞게 얼마나 잘 적용하느냐가 과제인 셈이며, 굿 거버넌스에 대한 방향성과 원칙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이제 부터는 반 전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국민실정에 맞는 굿 거버넌스 정책과 제도를 구축하고 실행하여야 한다.
금번 최순실 사태의 본질은 국가 투명성 부재와 기회의 불공정성에 따른 사회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다. 투명성 확보는 굿 거버넌스의 기본이며 부패와 싸우는 첫 걸음이다. 부패는 기본적인 사회적 가치를 손상시키고 법치주의를 위협하며 정치제도의 신뢰를 해친다. 부패는 오직 부도덕만이 번성하는 기업 환경을 만든다. 부패는 인간을 불행하게 하고 이를 연장하며 사회의 발전을 억제하는 주요 원인이다. 부패는 비밀과 세상의 무관심 속에서 가장 번성한다.
국민들은 반 전 총장의 화려한 스펙, 식견, 경력에 대한 의구심은 없다. 그러나 스펙은 과거의 스펙일 따름이다. 유엔사무총장의 직무와 대통령의 직무는 다르다. 이제부터는 반 전 총장은 과거의 수많은 경험들이 자산이 되어 우리나라 국정운영의 새로운 거버넌스를 열망하는 국민적 기대감에 화답하여야 한다. 국민들은 반 전총장이 세계무대에서 경험한 수많은 경험들이 대한민국에 산적해 있는 현실적 문제를 돌파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 총장을 비판하는 소리를 달리 해석하면 반 전 총장에 대한 열망과 기대감을 강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 과거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현상으로 표출된 적이 있다. 그러나 안철수 현상은 얼마 안가서 기존 정치를 개혁하기보다는 기존 정치에 함몰되었다는 비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과거 전략적 모호성으로 가장 재미를 본 사람은 세계경제 대통령으로 불렸던 앨런 그리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었다. 하지만 선출권력이 되기 위해서는 특정사안에 대해서 명확한 의사표명을 기대한다.
반 전 총장 지지율이 높은 현상은 기존 정치와 전혀 다른 굿 거버넌스와 새로운 리더십을 바라는 국민적 기대감이 다시 표출되고 있다. 국민들은 이제 다시 기존 정치와 다른 새로운 지도자를 열망하고 있다.
금번 최순실 사태의 원인에 대해서 ‘헌법의 문제(개헌)인가, 사람의 문제(human risk)’인가에 대한 대립된 시각이 병존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낡은 헌법과 지도자의 자질 문제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최순실 사태는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이고, 헌법의 문제는 국회의 합의에 의하여 해결할 문제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굿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되려면 올바른 리더십이 제대로 수행될 때 제대로 작동되는 것이다.
국민들의 친박, 친문에 대한 근본적 불신현상은 기존정치에 대한 불신의 표현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신이 곧바로 반 전 총장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는지 여부는 별도의 문제이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 반 전 총장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려면 친박, 친문 등 기존 정치인과 국가시스템에 대한 불신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왜 반기문이어야 하는가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주어야 정치혁신을 이룰 수 있다. 왜 반기문 이어야하는 가에 대한 답은 바로 유엔 사무총장 때 부터 경험을 해왔던 수많은 굿 거버넌스 정책과 리더십을 대한민국 상황에 맞게 적용하여 국민을 위한 굿 거버넌스가 제대로 꽃을 피울 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특정집단으로의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유엔사무총장으로서 다양한 식견과 경험, 유엔의 선진정책 등이 통섭되어 우리나라에 산적해 있는 수많은 구질서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 있고, 국민과 소통하는 강력한 리더를 국민들은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흙수저’로 태어났다고 좌절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공정한 경쟁 속에서 자신도 성공할 수 있다는 ‘꿈수저’를 만들 수 있는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반도헌 (주)GRC코리아 감사 (경영지도사)
[기고]리더십과 굿 거버넌스, 반기문에 대한 국민의 기대
입력 2017-01-13 1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