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인터넷 프로토콜 텔레비전(IPTV) 올레TV에서 ‘성폭행 영화’ 카테고리를 분류해 서비스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카테고리에는 제국주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비극을 그린 영화 ‘귀향’도 있었다.
올레TV의 한 이용자는 13일 주문형 비디오 조회 시스템(VOD)에 영화 제목을 초성으로 검색하는 과정에서 ‘성폭행 영화’ 카테고리를 발견하고 SNS에 고발했다. 이 이용자가 ‘ㅅㅍ’까지 입력하자 세 번째 항목에 ‘성폭행 영화’ 카테고리가 나타났다. 발견 당시 580건 이상의 영상이 이 카테고리로 소개됐다.
KT는 오후 3시 현재 이 카테고리를 삭제했다. 삭제 이전까지 이 카테고리 안에서 성폭행사건을 다룬 영화들이 소개됐다. ‘무서운 영화’ 시리즈처럼 목적 없는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들이나 ‘19금 영화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의 성인용 콘텐츠도 포함됐다. ‘토끼네 집으로 오세요’와 같은 어린이용 영상도 이 카테고리 안에 있었다.
조선 소녀들을 성노예로 이용한 제국주의 일본의 만행을 고발한 영화 ‘귀향’도 있었다. 조정래 감독이 2002년 나눔의 집 봉사활동을 통해 만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그린 영화다. 이 영화는 오전 11시까지 ‘성폭행 영화’ 카테고리에서 8번째로 소개됐다.
‘귀향’에 크라우드펀딩으로 참여한 한 소액투자자는 “귀향을 성폭행 영화로 분류한 KT의 서비스 행태는 몰상식과 무개념의 극치”라며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문제로 여론이 요동치는 정국에서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성폭행 영화’를 별도의 카테고리로 분류한 올레TV의 서비스 방식도 여론의 공분을 일으켰다. “범죄를 조장하는 KT” “성폭행을 영화의 장르쯤으로 여기는 KT” “IPTV 서비스 운영사의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비난이 SNS로 빗발쳤다.
KT 관계자는 “올레TV 이용자들이 자주 검색한 키워드를 검색창에 자동완성으로 표시하고 있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단어를 가려내지 못했다”며 “즉각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앞으로 검색 키워드 필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철오 최민우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