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노벨상에 비견되는 ‘맨부커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에게 축전을 보내는 것을 거절했다는 소식에 인터넷이 들끓고 있다. 한강 작가의 부친이자 한국문단의 원로 한승원 작가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보내주길 잘했다”고 말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 작가는 1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강 작가에게만 대통령이 축전을 보내지 않은 것이 이상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축전을 안 보내주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받았으면 돌려보내려고 했냐는 질문에 “대통령 집엔 서재가 없다고 들었다. 그런 의식을 갖고 있으니 문화인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일을 하는 거다”라고 일갈했다.
앞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2일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를 통해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에게 축전을 보내라는 요청을 청와대가 거절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한강이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소설가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강은 5‧18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를 집필한 이후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강 작가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는 “맨부커상 받고 딸이 집에 왔을 때 대통령이 혹여 점심 대접을 하겠다고 청와대로 부르면 절대 가지 말라고 했다”며 “딸은 그러지 않아도 안 가려고 했으니까 염려 마시라고 그러더라”고 말했다.
한강 작가는 대통령이 축전을 거부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한 한승원 작가는 그냥 웃기만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문인들은 블랙리스트에 들어간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딸은 블랙리스트에 들어갔는데 아비는 들어가지 않아 좀 부끄럽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오히려 정부가 역설적으로 훈장을 달아준 셈”이라고 평가한 한승원 작가는 직무정지로 시간이 많은 박 대통령에게 딸의 소설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를 읽어보라고 권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