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 장애 남편을 둔 아내가 식당에서 겪은 안타까운 사연이 눈길을 끈다.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결혼한 지 8개월이 된 신혼부부라고 밝힌 A씨(31·여)가 "내 남편은 청각장애인이다"며 글을 게재 했다.
A씨는 “남편을 시아버지가 운영하는 순댓국집에서 처음 만났다. 단골이 되어 자주 보다보니 호감이 생겼다”면서 “착한 모습에 반해 사랑하면 그만이다 생각하고 예쁜 연애를 시작했고,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님을 끈질긴 설득 끝에 결혼허락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아직 내가 수화를 잘 하지 못해서 서로 수첩으로 대화하거나 천천히 얘기하면 입모양으로 남편이 알아듣고 있다”면서 “그래도 문제없이 잘살고 있는 우리에게 일이 터졌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A씨는 “연말을 맞아 남편과 외식을 하러 갔다”고 설명했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A씨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남편은 (식당의)빈자리에 앉아서 내가 올 때까지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는 사이 A씨는 “손님이 와서 (자리를)비켜드려야 하는데 남편이 듣지 못했다”면서 “(화장실을 나오다가) 설명을 듣고 제 남편이 잘못한게 맞으니 정중히 사과드렸다. 남편도 상황을 인지했는지 연거푸 고개를 숙였다”고 했다.
그리고 (식당을)나가려고 하는데 A씨는 “정말 들으라는 듯이 '장애인이면 집에서 밥 처먹지 왜 데리고 나와서 피해 주느냐'는 소리를 듣게 됐다”면서 “순간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서 ‘아줌마 지금 뭐라고 하셨냐’고 따져 물었지만 ‘맞는 말 아니냐’며 되레 소리를 쳤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한 “옆에 있던 아저씨도 ‘젊은 사람이 엄마뻘한테 뭐하는거냐’고 말했다. 남편은 고개 저으면서 그만하라고 표현하는데 눈물이 났다”고 토로했다.
이후 식당에서 나온 A씨의 남편은 “아직 수화가 서툰 자신을 위해 수첩에 ‘자기는 괜찮다며 ‘늘 있는 일이다’고 적었다”면서 속상한 심경을 드러냈다.
끝으로 A씨는 “장애인이라고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이글을 쓰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은데 적어도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사회적 약자를 좋게 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A씨의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당신의 남편은 육신의 장애를 갖고 있지만 식당에 만난 그분들은 마음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나이 들었다고 인생 먼저 살았다고 모두가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닌 것 같다”면서 “속상했겠지만 힘내서 오래오래 예쁜 사랑 키워 가길 응원 한다”는 등의 격려의 댓글이 이어졌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