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림 감독은 영화 ‘더 킹’을 통해 우리 현대사의 비극을 차곡차곡 되짚었다. 특히 사회 부조리에 대한 분노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의 충격을 담아냈다.
12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한 남자(조인성)가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정우성)를 만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눈에 띄는 건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격동의 역사를 그대로 녹였다는 점이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장면을 꽤 긴 분량 삽입됐다.
한재림 감독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는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도 크나큰 아픔이었다”며 “그렇기에 가장 극적인 순간에 반드시 넣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우리 삶의 가치와 철학이 경제적인 것이나 욕망에 의해서 사소하게 보여지는 게 비극이자 트라우마”라며 “저에게는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었다. 그런 것들이 주인공의 욕망의 끝에 다가가 마주하는 비극으로 보여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를 처음 기획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 사회라는 게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살기 편한 사회가 아닌가하는 답답함을 느꼈다. 피해자 입장에서 부조리함을 그리는 영화 말고 권력자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매커니즘을 좀 더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한재림 감독은 “‘더 킹’은 우리가 늘 봤던 서민들의 애환과 한이 담긴 마당놀이 같은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탈을 쓰고 권력자들을 비웃고 깔깔 웃으면서 애달프지만 노래로서 털어버리고 페이소스를 느끼면서 그 안에서 희망을 갖게 되는 영화로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