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가족계획을 위해 여성 600만 명에게 피임약을 무료로 보급할 계획을 발표했다.
11일(현지시간) BBC, A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9일 관련 정부기관에 "빈곤층의 원치 않는 임신 횟수를 줄이길 바란다"며 이같이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가족계획이 필요한 전체 600만 명의 여성 중 빈곤층에 속하는 여성 200만 명에게 2018년까지 우선적으로 피임약을 보급할 계획이다.
에르네스토 페르니아 필리핀 경제기획부 장관은 AP통신에 "빈곤 타파를 위한 가족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피임약 보급이 중요하다"며 "생활과 여성, 어린이, 경제개발 등 전반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매일 임신과 출산 이후 합병증으로 11명의 필리핀 여성들이 죽어나가고 있다"며 "피임약 보급을 통해 산모의 사망과 10대 출산을 줄이고 가족이 원하는 수의 자녀를 가질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필리핀 정부는 2015년의 빈곤율 21.6%를 2022년 두테르테 대통령의 임기 말까지 13~14%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피임약 제공 뿐 아니라 교육부가 나선 성교육, 마을 단위의 기관까지 동원된 대책 마련 등 다방면에서 노력할 예정이다.
이 정책은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낙태와 피임 등을 금지하는 로마 가톨릭 교 신자가 필리핀 인구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필리핀 대법원은 피임을 낙태의 요인으로 간주하는 낙태반대단체의 항소에 따라 피임약 사용을 일시 금지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한편 필리핀은 지난 20년 동안 10대 임신율이 상승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 중 유일한 국제연합(UN) 회원국이다.
후안 안토니오 페레즈 필리핀 인구위원회 위원장은 "이 정책으로 40%에 불과한 피임률이 65%까지 오를 수 있다"며 "2022년까지 목표가 실현된다면 필리핀 인구 증가율이 1.7%에서 1.4%로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시스>
두테르테 대통령 “빈곤층 여성에 피임약 무료 보급”
입력 2017-01-12 1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