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9시 28분쯤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서초동 삼성 사옥에서 10여 분 정도 거리인 특검 사무실 앞에 승용차로 도착한 이 부회장은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 앞에서 잠시 멈춰섰다. 이 부회장은 책임의 소재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번 일로 국민들에게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려 송구하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사실로 향했다.
이날 특검 사무실 주변에는 평소보다 3배가량 많은 취재진이 몰렸고, 시민들도 다수 나와 이 부회장의 소환을 지켜봤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찬성표를 받는 대가로 최순실(61·구속기소)씨와 그의 딸 정유라(21)씨, 미르· K스포츠재단 등에 수백억원을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최씨에 대한 지원에 얼마나 개입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또 삼성그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수백억원대 금액을 출연하고, 최순실씨 일가에도 수십억대의 금전적인 지원을 하면서 박 대통령으로부터 각종 경영상 지원를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최씨 일가에 각종 지원을 해주는 대신, 박 대통령은 국민연금공단이 두 회사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한 것이 아니냐고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문형표(61·구속)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이미 구속됐다. 특검 조사에서 문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 재직시국민연금에 찬성표를 종용한 사실 등을 인정했다. 특검은 복지부 장관보다 '윗선'인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이외에도 삼성이 최씨가 독일에 설립한 비덱스포츠를 통해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35억원 상당을 지원하고, 말 구입비 명목으로 10억원하는 등 자금을 지원한 과정도 주요 수사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 진척 상황에 따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날 브리핑에서 이 특검보는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원론적으로 모든 가능성이 다 열려 있다”고 말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