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는 11일(현지시간) “중국이 북한 핵프로그램을 억제하는 데 실패했다”며 “더 이상 중국의 빈 약속을 수용할 수 없다”고 중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국무장관 내정자는 중국이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제재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세컨더리 보이콧’(북한을 돕는 제3국 기업 제재)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이날 미 의회 상원 외교위 인준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은 비핵화에 관한 국제합의를 위반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북한을 이란과 더불어 국제사회의 ‘중대한 위협’으로 지목했다.
그는 이어 “북한을 통제하는 문제에 있어서 중국은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라고 말해 중국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그러나 “중국과 미국의 경제는 서로 밀접하게 맞물려있으며 ‘이슬람국가’(IS) 퇴치를 위해서도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중국과 긍정적 차원의 관계를 모색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석유회사 엑손모밀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그는 또 “미국의 동맹들이 의무를 다 하지 않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말해 한국 등에 대한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를 시사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우리는 모든 동맹이 그들이 한 약속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면서 “의무를 다하지 않는 동맹에 대해 모른 척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동맹의 의무 불이행은 단지 우리 뿐 아니라 자신들의 약속을 존중하고 우리의 국가안보를 강화하려는 오랜 친구들 입장에서도 불공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대선 기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한국과 일본,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면서 정당한 몫을 내지 않으면 극단적인 경우 미군 철수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미동맹이 강화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예상한다”고 답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7년 우정을 자랑하는 틸러슨 내정자는 그러나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당선을 돕기 위해 해킹을 통해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러시아가 미국에 위험이 되며 미국의 이익에 반대되게 행동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쏠린 ‘친러 성향’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강경 입장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틸러슨 내정자는 2012년 러시아 정부로부터 ‘우정 훈장’까지 받아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중진의원들조차 국무장관 자격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다만 “러시아가 위험하지만 예측불가능하지는 않다”며 “러시아와 솔직하고 열린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경제 지원과 경제 제재를 외교정책의 수단으로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말해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적 제재는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