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비공식 합동수사. 하나의 팀, 두 개의 특명. 남한형사와 북한형사.
영화 ‘공조’의 홍보 문구 몇 가지만으로도 대략적인 스토리가 짜진다. 남한형사와 북한형사가 서로 다른 목표를 갖고 손을 잡았다가 끝내 진심을 나누고 하나의 연대를 이루는 이야기. 그리 새로울 게 없는 이 구성은 현빈과 유해진, 그리고 김주혁이라는 훌륭한 배우들을 만나 활력을 얻었다.
10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공조’는 어둡고 무겁게 문을 열었다. 북한에서 제작된 위조지폐 동판을 탈취하려는 일당이 비밀 작전을 벌이는데, 특수 정예부대 출신의 북한형사 림철령(현빈)이 그들을 막아선다. 조직의 리더 차기성(김주혁)은 철령의 아내를 인질로 붙잡는다. 냉혹하게도 목숨까지 앗아간다. 기성은 동판을 훔쳐 남한으로 숨어들고, 기성은 그런 그를 쫓아 남으로 파견된다.
남한형사 강진태(유해진)의 등장과 함께 영화는 점점 밝기와 속도를 높여간다. 후배의 실수를 뒤집어쓰고도 쿨하게 덮어줄 만큼 인간적인 형사 진태가 철령의 작전 파트너로 낙점된다. 남북 극비 공조 수사를 펼치게 된 두 사람은 초반 사사건건 부딪힌다. 꿍꿍이가 다른 서로를 도무지 믿을 수 없어서다. 그러나 각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게 되면서 둘은 서서히 마음을 연다.
액션 혹은 코미디. 두 장르를 결합한 영화는 시종 적정한 균형감을 유지했다. 잘생김과 액션을 담당한 현빈이 묵직한 판을 깔아놓으면, 친근감과 유머를 장착한 유해진이 그 위에 맛깔스러움을 곁들이는 식이다. 두 사람의 과하지 않은 콤비 플레이가 묘한 합을 이뤘다.
예상치 못한 강렬함, 김주혁을 빼놓을 수 없다. 연기 인생 처음 악역에 도전한 그는 가히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했다.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야기 중간 중간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식단관리와 운동, 태닝으로 완성한 구릿빛 근육질 몸은 캐릭터에 강인함을 더했다.
현빈이 작정한 듯 선보인 액션신들은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카체이싱, 총격, 맨손 격투까지 장르를 불문한 액션을 온몸으로 소화했다. 시사회 이후 진행된 간담회에서 현빈은 “촬영 전 3~4개월 무술팀과 철저하게 준비를 했기에 현장에선 좀 더 여유가 생겼다”며 “액션 자체보단 부상이 없도록 하루 종일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유해진은 ‘럭키’에 이은 흥행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흥행 스코어는) 정말 열어봐야 아는 거지만, 일단 지금의 느낌으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상업오락영화인데, 곳곳에 뼈 있는 메시지가 심어져있다. ‘대한민국에 좌우가 어디 있나. 대신 위아래가 있지. 있는 놈과 없는 놈.’ ‘네가 그런다고 대한민국에 나쁜 놈들이 없어지기라도 하니?’ 넌지시 스치는 자조 섞인 대사가 귀에 꽂힌다.
김성훈 감독은 “기본적으로 즐겁고 유쾌하고 신나는 오락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남북 관계를 소재로 했으나 결국 ‘소통의 의미’를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 영화가 국민의 아픔을 안아드리진 못하겠지만 잠시라도 잊게 해드릴 수 있으면 한다”고 했다.
현빈은 “요즘 많이들 다운되는 일이 많은데 (공조를) 보시는 2시간 동안은 그런 것들을 내려놓고 웃으며 행복해하셨으면 좋겠다”며 “그러실 수 있을 만큼 열심히 촬영했기에 부끄럽지는 않다”고 얘기했다. 영화는 오는 18일 개봉한다. 15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