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하다 두 번 말을 멈췄습니다. 북 받치는 감정을 눌러 담기 위함입니다. 30대 후반을 달려가는 남자는 즐거운 이야기를 할 때도 목소리에 짠함이 묻어있었습니다. 배우 홍경인처럼 말이죠. 연극연출가 윤영선 교수도 비슷하게 봤습니다. “너의 연기엔 블루스 같은 슬픔이 묻어있어.”
어렸을 때부터 억지로 웃을 때가 많았습니다. 상처를 들키기 싫었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고 하지만, 고신웅(37)씨는 삶 자체가 연기였던 것이죠.
대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한 뒤 연극배우가 됩니다. 일본 동경으로 건너가 한 극단에 합류했습니다. 이 극단은 아크로바틱이 가능한 배우를 선호했는데 신웅씨가 그걸 잘했습니다. 현대무용을 배웠었거든요. “예전엔 몸이 가벼워서 텀블링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신웅씨는 차마 말을 끝맺지 못했습니다. 거기서 2년 정도 활동했습니다.
‘디케이헐리우드콤퍼니’라는 일본 극단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공연한 적이 있는데 연극 이름이 ‘정자특공대.’ 이 작품의 번역과 내레이션을 신웅씨가 맡았습니다. 아니 그런데 정자라니.
아무튼 신웅씨는 요즘도 기회가 되면 연기 일을 합니다. 얼마 전엔 한 인디가수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습니다. 박종철의 ‘빠리쌀롱(Paris salon-Deuxieme)’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