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임박’ 국과수 전일빌딩 5·18총탄 보고서… 헬기 사격 규명 첫 정부보고서 예고

입력 2017-01-09 11:18
지난해 9월 21일 조비오 신부의 임시 분향소가 차려진 광주 북구 천주의성요한병원 장례식장에 촛불이 켜져 있다. 뉴시스

10일 광주시에 제출할 것으로 예고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광주 전일빌딩 내 총탄 흔적 분석 최종 보고서에 헬기 사격을 입증할 수 있는 내용이 어느 정도 실릴지 관심을 끌고 있다.

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경찰은 전일빌딩 안팎에서 발견한 150여개 총탄 흔적의 최종 분석 결과를 오는 10일 광주시에 제출할 예정이다.

일정상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을 내비치긴 했지만 늦어도 12일 이전에는 최종 보고서를 광주시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과수는 보고서를 통해 전일빌딩 10층에서 발견된 130여개의 총탄 흔적을 공식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현장 조사를 벌여 “총탄 자국이 맞다”고 밝힌 김동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안전과 총기연구실장은 당시 “육안 검사지만 신뢰도는 90% 이상”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총탄 자국을 공식 확인한 보고서에는 탄흔의 크기·형태, 사격 높이 및 방향 등의 분석 내용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보고서에 헬기 사격이라는 문구가 들어갈지, 가장 큰 관심이 모이지고 있다.

현장조사 때 김 실장은 “탄흔이 만들어진 방향을 보면 옛 전남도청 쪽에서 금남로 방향으로 돌면서 쏜 것으로 추정된다”며 “주변 지형을 볼 때 전일빌딩 10층보다 높은 곳이 없다면 헬기에서 쏜 것이 가장 유력하다. 헬기라 단정 짓는 것은 아니지만 10층보다 더 높은 위치나 동선에서 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과수가 헬기 사격 가능성을 보고서에 공식화하면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여부를 규명하는 최초의 정부 기록이 된다.

헬기 사격을 보고서에 기록하지 않더라도 10층 이상 높이에서 쏜 총탄 자국이라는 내용만 확인되면 헬기 사격은 사실상 공식화된다. 5·18 때 전일빌딩보다 높은 건물이 주변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헬기 사격은 없었다”는 국방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최초의 과학적 증거가 된다. 진실 규명 등 앞으로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탄흔의 크기는 헬기에 장착된 기관총을 시민들을 향해 난사했는지 기총소사 여부를 밝힐 증거다.

김 실장은 앞서 7.62㎜ 기관총이 아닌 5.56㎜ M16 소총일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결과에 따라 시민 학살을 벌였던 계엄군의 잔혹성을 입증할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故) 조비오 신부와 1980년 당시 광주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던 아놀드 피터슨 목사, 적십자대원으로 활동했던 이광영씨 등은 계엄군의 기총소사를 증언했다.

정수만(71) 5·18연구소 비상임연구원(전 5·18유족회장)은 “광주 시민에게 헬기 사격은 36년 동안 기정사실이었지만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부족했다”며 “전일빌딩의 탄흔을 시작으로 계엄군이 5·18 때 광주 시민을 얼마나 처참하게 학살했는지를 반드시 증명해 억울한 오월영령의 한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