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국정화 `플랜B' 가동, 검정을 국정처럼 만들도록

입력 2017-01-09 09:30
교육부가 국정 역사 교과서와 경쟁하게 될 검정 역사 교과서들을 깐깐하게 심사하겠다고 예고했다. 검정 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사들은 2년에서 1년 미만으로 제작 기간이 반 토막 나 시간에 쫓기고 있다. 정부가 검정 심사 강화를 명분으로 검정 교과서들을 국정 교과서와 판박이처럼 유도하거나, 입맛에 맞지 않는 교과서를 탈락시키려는 ‘플랜 B’(대체 계획)를 가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9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올해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역사 교과서 발행체제와 관련, “검정 교과서 심사 기준을 강화한다”고 보고했다. 앞서 지난 6일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교육부 출입 기자를 대상으로 연 업무계획 사전 브리핑에서 “그동안 검정 절차가 치밀하지 못해 검정 교과서 편향성 문제가 제기됐다. 검정 절차를 강화해 균형 잡힌 교과서로 학생들이 교육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검정 교과서의 가이드라인인 집필기준은 이달 말 국정 교과서 최종본과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검정 집필기준은 국정 교과서를 만들 때 세운 편찬기준을 준용할 방침이다. 따라서 국정 편찬기준대로 쓰지 않은 교과서는 검정에서 탈락하게 된다. 검정 절차도 강화된다. 검정 교과서도 국정 교과서처럼 1개월간 인터넷에 초안을 공개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검정 강화는 다목적 포석으로 읽힌다. 당초 교육부는 반발이 거센 국정화보다 검정 강화를 선호했다. 집필기준을 세밀하게 제시하고 교육부가 가진 검정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면 국정으로 전환하지 않아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청와대의 국정화 추진 의지가 강했다는 게 복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정 농단 파문 등으로 검정 교과서와 경쟁하게 됐지만 원래 구상대로 검정 심사를 강화해 국정화나 다름없는 효과를 노린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또한 다음달 국회에서 국정 역사 교과서 금지법이 통과되는 상황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국정 교과서가 법으로 금지되더라도 국사편찬위원회가 만든 검정 교과서로 전환해 현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사편찬위가 교과서 검정을 담당하는 기관이어서 강화된 검정 체제에서 ‘모범 답안’으로 다른 교과서에 영향을 주거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 적어도 체면치레는 가능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편찬기준은 일부 손보기로 했다. 박성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은 “(검정 교과서에도) 국정 교과서에 쓰인 편찬기준을 전체적으로 쓰게 되지만 다양한 의견들이 들어왔기 때문에 일부 수정 반영해서 검정 집필기준을 제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화 논란을 빚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분은 최종본에서 분량을 줄이고 서술 방식과 표현 일부를 고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이란 표현은 유지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발표할 때 이미 대한민국 수립으로 명시했기 때문에 교육과정을 손보지 않으면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고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