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 외인 2명 뛸 수 있는 4R? 이대로 실패인가

입력 2017-01-09 05:00
KBL 제공

올 시즌 프로농구(KBL)에는 4라운드 경기부터 1~3쿼터에 한해 외국인 선수를 탄력적으로 기용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각 구단이 이러한 기용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8일 KBL 4라운드 첫 경기가 열렸다. 고양 오리온-전주 KCC, 인천 전자랜드-부산 kt, 울산 모비스-원주 동부 등 총 3경기가 진행됐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치른 6개 팀 모두 3라운드 이전처럼 2·3쿼터에 두 명의 외국인 선수를 기용하며 변화를 주지 않았다.

KBL은 이번 시즌 3라운드까지 2·3쿼터에 외국인 선수 2명, 1·4쿼터에 1명을 기용토록 했다. 4라운드부터는 각 구단이 1~3쿼터 중 2개 쿼터를 자율적으로 선택해 2명의 외국인 선수를 동시에 투입할 수 있다. 1쿼터에도 외국인 선수 2명이 코트를 밟을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각 구단은 가급적 경기 후반에 외국인 선수를 기용하는 걸 선호하는 눈치다. 몸이 풀리지 않은 경기 초반보다 후반에 더 많은 점수를 쌓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1쿼터에 외국인 선수 2명을 투입하면 나머지 국내 선수 3명도 상대적으로 몸이 덜 풀린 상태다. 이왕이면 국내 선수들의 몸도 어느 정도 달아올랐을 때 외국인 선수를 기용해 호흡을 맞추는 게 팀 전술적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판단이 선다.

KBL 제공

대개 농구 경기는 1·2쿼터가 상대 전력과 전술을 파악하는 탐색전이라면 3·4쿼터는 승부처로 인식된다. 파울트러블에 걸린 외국인 선수나 토종 에이스를 4쿼터 승부처를 위해 아껴두는 것도 바로 같은 맥락이다. 3·4쿼터가 중요치 않다면 전반전에 개인반칙 4개를 범한 외국인 선수를 굳이 아낄 필요가 없다.

또한 농구는 경기 흐름이 중요한 스포츠다. 전반전까지 20~30점차로 앞서다가 후반에 상대에게 흐름을 뺏겨 순식간에 역전이나 시소게임을 허용하는 일도 다반사다. 전반전에 외국인 선수 2명을 모두 투입해 앞서나가도 후반에 따라잡히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다. 이러한 이유로 3쿼터는 가급적 외국인 선수 2명을 쓸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그렇다면 남은 건 1·2쿼터가 아닌 1·3쿼터에 외국인 선수 2명을 동시에 기용하는 방법이다. 1쿼터 득점이 저조한 하위권 팀들은 한 번쯤 ‘모험’을 시도해 기선제압을 노려볼 수 있다. kt(513점), SK(498점), KCC(499점), LG(519점) 등 올 시즌 하위팀들은 1쿼터 득점이 낮다. 선두 삼성(540점)을 비롯해 KGC(569점), 오리온(558점), 동부(571점) 등 상위팀들은 경기 초반 득점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위험요소가 있다. 시즌을 절반 이상 치르면서 이미 외국인 선수들은 2·3쿼터에 함께 뛰는 분위기에 적응해 있다. 이는 코트를 함께 누비는 국내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시험삼아 1쿼터에 외국인 선수 2명을 투입해볼 수 있지만, 그게 실패하면 화살은 선수 기용 권한을 가진 감독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1승이 중요해진 시점에서 시험삼아 모험을 감행할 구단이 나올 수 있을까.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