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에 분노한 연극인들, 광화문에 '광장극장 블랙텐트' 설치

입력 2017-01-08 02:47 수정 2017-01-08 08:13
연극인들이 7일 광화문 광장에 ‘광장극장 블랙텐트’를 세우고 있다. 이 극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운영된다. 광장극장 블랙텐트 공식 페이스북

박근혜 정부에서 검열과 블랙리스트로 공공극장에서 제외됐던 연극인들이 광화문광장에 직접 극장을 만들었다.

 극단 고래의 이해성 대표 등 연극인들은 새해 첫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7일 이순신장군 동상 뒤편에 폭 8m, 길이 18m, 높이 5.5m가량의 텐트극장을 세웠다. ‘광장극장 블랙텐트’로 이름붙인 이 극장은 광장을 찾는 시민과 함께 하는 임시 공공극장을 표방하며, 박근혜 정부 퇴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광장극장 블랙텐트 측은 이날 ‘빼앗긴 극장, 여기 다시 세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박근혜 정부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를 근거로 현장 예술인들에게 지원금 배제 등 각종 불이익을 줬다. 블랙리스트 작성과 예술검열로 인한 배제는 단지 예술가들의 피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정견 표현에 대한 억압은 민주주의 정치 질서의 기반을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연극인들은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극장을 빼앗겼다. 그리고 우리의 공공극장에서 동시대 고통 받는 목소리들은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어 “광장극장 블랙텐트는 세월호 희생자,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각종 국가범죄 피해자들, 해고 노동자를 비롯하여 자본에 박해 받은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자 한다”면서 “우리는 이곳에서 시민 여러분과 함께 연극과 극장의 공공성을 기초부터 다시 배우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극단 고래의 이해성 대표가 7일 광화문 광장에 세워진 ‘광장극장 블랙텐트’ 앞에 서 있다. 이날 블랙텐트 설립에 앞장선 이해성 대표는 그동안 광화문 광장의 문화예술인 텐트 지킴이 역할을 해 왔다. 광장극장 블랙텐트 공식 페이스북

 광장극장 블랙텐트는 10일 오후 4시 개관식을 가진 뒤 13일 오후 8시 개관기념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이후 16일부터는 평일 오후 8시마다 공연이 열린다. 현재까지 예정된 공연으로는 16~20일 위안부 할머니들을 다룬 극단 고래의 ‘빨간 시’(작·연출 이해성), 23~24일 세월호 유가족으로 이뤄진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그와 그녀의 옷장’(작 오세혁·연출 김태현), 25~27일 유진규 등 국내 대표 마임이스트들의 공연, 31일~2월 3일 검열과 예술의 문제를 다룬 극단 드림플레이 테제21의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작·연출 김재엽)이 있다. 후원계좌는 우리은행 1002-256-380791(예금주: 이해성).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