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홍삼’ 천호식품 김영식 회장 전격 사임

입력 2017-01-06 15:18

“남자한테 참 좋은데...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네”라는 광고출연으로 널리 알려진 천호식품 김영식 회장이 ‘촛불집회’ 폄하에 이어 ‘가짜 홍삼’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사 경영에서 물러났다.
천호식품 김 회장은 6일 사과문이 포함된 보도자료를 통해 “천호식품의 창업자이자 회장으로서 많은 분들께 큰 실망을 드린데 대해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천호식품의 등기이사 및 회장직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천호식품과 관련된 어떠한 직책도 맡지 않을 것”이라며 “내외부 전문가들로 경영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부장검사 변철형)는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 위반 등 혐의로 홍삼제품 제조업체 대표 김모(73)씨 등 7명을 구속 기소했다. 김씨 등 업체 대표들은 2012년 1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중국산 인삼농축액에 물엿, 캐러멜색소, 치커리 농축액 등을 섞어 가짜 홍삼제품을 제조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천호식품은 구속된 이들 업자로부터 가짜 홍삼 원료를 구입, 해당 식품들을 제조해 왔으며 최근 유효성분 함량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김 회장은 “외부업체의 원료생산과정 또한 철저하게 검수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흡한 원료 검수로 인해 물엿과 캐러멜 색소가 첨가된 홍삼농축액이 사용된 제품을 ‘100% 홍삼 농축액’으로 표기 기재해 제품을 판매하는 큰 잘못을 범했다”고 사과했다.

그는 “문제가 된 제품은 이미 전량 폐기 조치된 ‘6년근 홍삼만을’, ‘6년근 홍삼진액’, ‘쥬아베 홍삼’, ‘스코어업’ 등 4종의 제품 이외에 ‘마늘홍삼’과 ‘닥터공부스터’ 등 2종에 대해 서도 신속하게 전량폐기하고 이미 판매된 제품은 조건 없이 환불 및 교환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원재료 수급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원재료 검수 조사인원 충원 및 최신 검사 기계설비를 도입해 업계 최고의 품질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제품 검사 성적서’ 등 모든 제품의 품질 정보를 100%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등 혁신안 마련이 시급하다”며 경영혁신위원회에 이를 주문했다.

김 회장은 “모든 제품에 최고의 품질을 담겠다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부끄럽고 죄송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1984년 천호식품을 창업했다. 천호식품은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으로 사업에 활기를 띠게 되면서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 750억원을 달성하는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종업원 수도 400여명으로 늘어났다.

김 회장은 지난해 촛불집회를 비난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네티즌들의 비난이 잇따르자 공식 사과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 4일 온라인 카페에 ‘나라가 걱정됩니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면서 “뉴스가 보기 싫어졌다. 촛불시위, 데모, 옛날이야기 파헤치는 언론 등 왜 이런지 모르겠다”며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언론을 비난했다. 그는 친정부 보수단체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가 만든 동영상도 함께 올렸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김 회장이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캡처된 관련 글은 SNS상에서 큰 논란을 빚었다. 이 회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