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 안 걸리는 슈퍼새? 생존왕 비둘기… “누구냐, 넌”

입력 2017-01-06 10:46 수정 2017-01-06 11:22
사진=픽사베이

하늘을 나는 쥐. 거리에서 쓰레기를 먹고 사는 세균 덩어리. 전염병을 옮기는 매개체. 도시 사람들에게 비둘기는 더 이상 평화의 상징이 아니다. 바로 앞에서 마주한 비둘기가 날면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피한다. 경계를 넘어 경멸 어린 눈으로.

 비둘기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를 옮기는 유력 용의자(?) 중 하나로 지목됐다. 축산 농가에서 안전하게 사육되는 닭과 오리, 그리고 상대적으로 깨끗한 환경에서 사는 철새들까지 감염된 AI를 도시의 쓰레기와 분비물을 먹고 사는 비둘기가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도시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적어도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서 비둘기의 AI 감염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비둘기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AI 감염 사례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6일 밝혔다.

 야생조류와 가금류농장에서 고병원성 H5N8형 AI가 발생한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16개체, H5N6형 AI가 발생한 2016년11월부터 2017년 1월5일까지 47개체를 검사한 결과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293개체를 대상으로 비둘기의 AI 감염을 검사한 농림축산검역본부 조사 결과까지 포함하면 2014년부터 456개체의 비둘기에서 단 한 건의 감염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5년 건국대학교에 의뢰해 조사한 ‘우리나라 비둘기 AI 바이러스 감염성 연구’ 결과에서 H5N8형 바이러스를 접종한 비둘기 모두 폐사가 없었고 임상증상을 나타내지 않았다. 비둘기를 통한 고병원성 AI 전파는 어렵다는 조사 결과다. 비강(코)을 통한 접종결과 일시적인 배출은 있었지만 접촉을 통한 전파는 이뤄지지 않았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국립환경과학원의 설명이다. 4개 대륙 24개국의 32개 연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둘기류가 AI에 감염될 수 있지만 증식 또는 확산할 수 없는 종결숙주(dead end host)라는 결론이 나왔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16년 11월부터 유행하는 AI(H5N6형) 감염 비둘기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가 충분히 나올 경우 빠르게 공개할 예정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역시 비둘기 포획검사 결과를 공유하기로 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