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다수결로 소크라테스도 사형선고를 받았고, 예수도 십자가를 졌다.”
“광화문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주도한 세력은 민주노총이다…촛불집회는 국민의 민심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 서석구 변호사가 한 말이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사건 대리인단은 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2차 변론기일에서 촛불민심과 검찰·특검 수사에 반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서석구 변호사는 “촛불집회에서는 김일성 찬양 노래를 만들어 4번이나 구속된 윤민석씨가 만든 ‘이게 나라냐’는 노래가 공공연히 불리고 있다”며 촛불집회에 종북 색채를 덧씌웠다.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 입장을 대신 재판부에 전달하는 역할인 만큼 이날 나온 입장들은 현 상황을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시각으로 해석된다.
서 변호사의 공격은 박 대통령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으로 적시한 검찰수사로 향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고 공범자라고 단죄하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 아무 데도 없다”며 “오직 대한민국 검찰만이 이런 해괴한 논리를 고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박 대통령에게 의혹을 소명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는 항변이다. 이어 “현재보다도 훨씬 소급된(과거) 시대에도 피의자의 무죄주장 권리를 보장한다”며 기원전 2700년 함무라비 법전과 1213년 마그나카르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의 거듭된 출석 요구를 미루다 거부한 당사자는 박 대통령이었다.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을 중상모략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소크라테스와 예수와 비교하며 다수결의 횡포를 논하기도 했다. 방청석에서는 실소가 흘러나왔다. 일부 재판관은 난감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다수결로 당선돼 통치권을 행사해왔다.
대리인단의 주장은 검찰과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 시비로 이어졌다. 박 대통령 측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지휘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노무현정부에서 사정비서관을 지냈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인 윤석열 검사가 참여정부 때 특채로 뽑혔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서 변호사는 “왜 하필 수많은 검사 가운데 그런 사람을 수사팀장으로 임명하느냐”며 “이런 특검 수사는 도저히 증거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청법과 특검법을 위반했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급기야 박 대통령과 관련해 제기된 언론의 각종 의혹 보도를 북한 정권에 동조하는 것으로 폄하했다. 서 변호사는 “대한민국의 언론이 어떻게 북한의 언론에 의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을 받고 있느냐”며 “이를 근거로 탄핵을 결정한다면 이야말로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같은 대리인단의 이중환 변호사 또한 “앞으로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증거가치가 없다고 보고 (증거채택에) 동의하지 않겠다”며 “기존 언론 보도 증거채택 동의도 철회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정현수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