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공연계에서 조용한 시기로 꼽힌다. 물론 올해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블랙리스트로 시끄럽지만 공연 자체가 화제를 모으는 경우는 적다. 공공 지원금이 대개 3월 이후 확정·교부되는 탓에 굵직한 작품이 적은 탓이다. 스타가 출연하는 상업적인 공연을 제외하고 공공극장이나 주요 예술단체의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진정한 공연 팬이라면 이 시기를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바로 몇 년 전부터 두산아트센터와 서울문화재단이 발굴해 지원하는 신진예술가들의 작품이 집중적으로 무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매년 상반기에 선발되는 신진예술가들은 창작역량 개발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제공받은 뒤 이듬해 초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시범 공연에 가까운만큼 완성도를 담보하진 않지만 한국 공연계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예술가들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기회다.
◇두산 아트랩- 2월 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개최되는 ‘두산 아트랩’은 차세대 스타 예술가의 산실로 통한다. 지난 2010년부터 40세 이하 젊은 예술가들이 새로운 작품을 실험할 수 있도록 발표장소와 무대기술, 부대장비, 연습실과 제작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양손프로젝트, 이자람, 김은성 등 최근 국내 공연계에서 주목받는 아티스트들 상당수가 일찌감치 ‘두산 아트랩을 거쳐갔다.
올해 ‘두산 아트랩’에는 퍼포먼스, 연극, 다원예술 분야에서 각각 2편씩 모두 6편의 작품이 선보인다. 최윤석의 릴레이 강연 퍼포먼스 ‘유리거울’(1월 5~7일), 극단 파랑곰의 연극 ‘제로섬 게임’(1월 12~14일), 김지선의 미디어 퍼포먼스 ‘딥 프레젠트’(1월 20~21일), 오재무·이희문·장현준의 다원예술 ‘삼각구도’(2월 10~11일), 박서혜의 연극 ‘대안 가정 생태 보고서’(2월 16~18일), 해보카 프로젝트의 다원예술 ‘캇트라인’(2월 23~25일) 등이 잇따라 공연된다. 이들 공연은 모두 무료로 선착순 마감이다.
◇서울문화재단 유망예술지원사업- 서울문화재단은 2005년부터 장르별 재능있는 신진예술가가 무대 경험을 축적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2010년부터 장르별 창작공간이 직접 작품 개발부터 무대에 오르기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연극은 서울연극센터의 ‘뉴스테이지(New Stage)’, 무용은 서울무용센터의 ‘닻(DOT)’, 음악·다원·전통예술은 문래예술공장의 ‘MAP(Mullae Arts Plus)’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데뷔한지 10년 미만의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한다.
서울연극센터는 22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신진 연출가를 지원하는 뉴스테이지 선정작 네 편을 차례로 선보인다. 이연주·김정·이은서·신명민 등 네 명의 연출가들은 낭독공연, 멘토링, 워크숍 등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작품을 선보인다. 이연주 작·연출 ‘전화벨이 울린다’(1월 5~8일), 고연옥 작·김정 연출 ‘손님들’(1월 12~15일), 이은서 공동창작·연출 ‘아임언아티스트’(1월 14~18일), 시바 유키오 작·신명민 연출 ‘우리별’(1월 19~22일)이 이어진다.
문래예술공장은 2월 26일까지 MAP에 선정된 예술가의 다원예술, 음악/사운드, 전통기반창작예술 전시와 공연 발표를 오는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와 스튜디오 M30에서 차례로 개최한다. 안효주의 ‘소노매터’(1월 6~7일), 김소라의 장구 프로젝트 III-비가 올 징조(1월 13~14일), 연희집단 갱의 ‘우주율동우주’(1월 20~21일), 김지연의 ‘투명한 음악’(2월 3~4일), 김보라의 ‘해방공간: 약속의 음악’(2월 9~10일), 정세영의 ‘내진, 극장’(2월 17~19일), 윤지영의 ‘여름밤의 링크'(2월 25~26일)가 공연된다.
서울무용센터는 닻(DOT) 선정작으로 강진안의 ‘설다-익숙하지 않는 날’(2월 11~12일)과 임진호의 ‘구제 Salvation’(2월 17~18일)을 준비중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