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오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연루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해 특검법상 수사를 할 수 있는지가 논란이 되자 ‘명확한 수사 대상’이라는 점을 밝히면서 두 사람의 관련성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간 느낌입니다. 공식 수사 16일째(1월 5일 목요일)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 김기춘 조윤선 곧 소환=이규철 대변인(특검보)은 오후 2시30분 정례브리핑에서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수사가 특검 수사 대상인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으나 특검법 관련 규정의 해석에 의하면 특검 수사 대상이 명확하다는 점을 알려드린다”고 밝혔습니다.
Q. 특검법 관련 해석 부분을 좀 설명해달라.
A. 특검법 제2조(특별검사의 수사대상) 8호를 보면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김종 전 문체부 차관들이 최순실 등을 위해 공무원 불법 인사에 개입하거나 불법 행위 한 것에 대해 수사하게 돼 있다. 문체부 인사조치의 부당성을 조사하다 보니까 그 인사조치가 단순히 이뤄진 게 아니라 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을 확인했다. 그와 관련한 것이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이다. 그래서 그 명단과 관련한 사람을 수사하다 보니 김기춘, 조윤선 등의 관련성을 알게 됐다. 그래서 특검법 제2조 15호(사건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사건)에 따라서 새롭게 인지해 수사를 하게 돼서 현행법상 해석으로도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 수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Q. 김기춘 등이 관련된 걸 수사 중에 알게 됐다고 했는데 정관주(전 문체부 1차관,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 등의 진술로 알게 됐나.
A. 여러 관련자들 진술과 저희가 입수한 여러 증거 관련 자료로 알게 됐다.
Q. 블랙리스트 수사 관련해서 대통령이 문건 명단 작성을 지시했다는 증거 또는 진술이 있는가.
A. 현재로선 그 부분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명확히 말씀드리기 어렵다. 어쨌든 그런 정황에 대해 수사 중이다.
공개 브리핑에서 자신있게 말한 것을 보면 김기춘 조윤선 두 사람에 대한 혐의가 어느 정도 확인된 모양입니다. 이제 소환 통보를 받아 포토라인에 서게 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송수근 현 문체부 1차관도 오늘 오후 2시쯤 소환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는 2014년 10월부터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하면서 ‘건전콘텐츠 TF’ 팀장을 맡아 리스트를 총괄한 의혹을 받고 있죠. 송 차관은 기자들의 잇단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숨기거나 더하거나 빼는 것 없이 (특검에) 사실대로 다 설명하도록 하겠다”고만 말했습니다.
# 정유라 입학비리 윗선 수사=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입학 및 학사관리 과정에서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는 이화여대 남궁곤 전 입학처장이 오늘 소환됐습니다. 오전 9시20분쯤 특검팀 사무실에 도착한 그는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한 것이냐’ ‘금메달리스트를 뽑으라고 지시한 것이 맞느냐’ ‘최경희 전 총장 등 윗선 지시가 있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남궁 전 처장은 2015학년도 체육특기자 선발 때 면접 평가위원 교수들에게 “수험생 중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있으니 뽑으라”고 강조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당시 정유라씨는 면접 규정을 어기고 금메달을 들고 면접장으로 들어간 뒤 합격했습니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남궁곤은 그동안 수사를 해본 결과 상당한 혐의가 인정됐기 때문에 피의자로 소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사법처리 대상이라는 말입니다. 조만간 의혹의 핵심인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과 최경희 전 총장이 다음 타깃이 될 것입니다.
한편 법무부는 덴마크 경찰에 구금된 정씨에 대한 범죄인인도 청구서를 외교부에 전달했으며, 동시에 덴마크 검찰에도 직접 송부했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도 곧 외교채널을 통해 덴마크 사법당국에 청구서를 신속히 전달하고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 삼성 합병 관련 뇌물 의혹=특검팀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 관여 의혹과 관련해 오늘 오전 김진수 현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을 불러 조사했습니다. 오전 10시25분쯤 나온 그는 ‘관여한 바 없다’ ‘대통령 지시가 없었다’며 부인했습니다. 김 비서관의 경우 안종범(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삼성 합병 찬성 지시를 받아 이를 보건복지부나 국민연금공단에 전달했는지가 수사의 포인트입니다.
특검팀은 지난 3일에는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을 비공개로 소환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7월 삼성 합병 당시 고용복지수석으로 재직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 조사가 마무리되면 삼성그룹 수뇌부가 줄줄이 소환될 것으로 보입니다.
# 최순실 새 구속영장은 언제 청구?=이규철 대변인은 최씨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은 그의 태도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본인이 소환에 불응해도 강제할 방법이 없지만 추가로 구속영장을 발부받으면 20일간 강제조사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Q. 최순실 오늘 재판 출석했는데 특검에선 언제 부르나.
A. 오늘 최순실은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걸로 안다. 조만간 다시 소환하거나 (어제) 말씀드린 필요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Q. 추가 구속영장은 언제 결정하나.
A. 구속영장 추가라든지 체포영장 발부 부분은 향후 최순실의 태도에 따라서 결정할 예정이다.
Q. 불출석하니까 구속영장을 새로 발부받는다고 했는데 관련 메커니즘을 설명해달라.
A. 현재 최순실이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것은 종전 검찰 특수수사본부의 영장으로 인한 것이다. 특검에서 소환하려면 별도 혐의가 있어야 한다. 지금 특검에선 (최순실이) 참고인의 지위다. 참고인은 영장 없이 데려올 수 없다. 우리가 소환하려면 새로운 혐의에 대해 체포영장 발부받아야 한다. 그러면 48시간 조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48시간이란 단점이 있다. 새로운 구속영장을 발부받으면 20일간 조사를 할 수가 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