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코 앞인데 가장 중요한 법률책이 사라졌어요.”
변호사 시험을 열흘 앞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의 법률책 11권을 훔친 90대 치매노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치매노인이 가져간 형사소송법, 민사소송법, 민법정리 등의 법률책 곳곳에는 20대 예비 변호사가 그동안 변호사 시험에 대비해 공부해온 핵심내용이 형광펜 등으로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지난 30일 오후 광주 북부경찰서 112상황실에는 한 원룸촌에서 걸려온 A(27·여)씨의 다급한 신고전화가 접수됐다.
A씨는 “변호사시험이 며칠 안 남았는데 지금까지 공부한 책이 없어졌다”며 “책을 꼭 찾아달라고”고 간절하게 호소했다.
A씨는 오는 10일부터 14일까지 서울에서 진행되는 ‘제6회 변호사 시험' 응시를 앞두고 있다.
시험직전까지 손에서 놓지 않기 위해 A씨가 50여권의 법률책 중에 고르고 골라 원룸 밖 길가에 잠시 책을 놔둔 게 화근이 됐다.
A씨가 서울 시험에 대비해 다른 짐을 챙기기 위해 원룸에 들어간 사이 현관 앞에 놓여 있던 법률책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책에 정성스럽게 줄을 긋고, 쪽지를 붙여 시험에 나올법한 내용을 요약한 ‘보물’이 순식간에 종적을 감춘 것이다.
느닷없이 책을 도난당한 A씨의 딱한 처지를 알게 된 광주북부경찰서 강력 7팀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CCTV에 찍힌 용의자의 이동 동선을 파악한 강력팀 형사들은 골목길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도주로 인근 주택가의 초인종을 눌러 일일이 끈질긴 탐문수사를 벌인 경찰은 사건 발생 나흘 만에 범인을 검거했다.
범인은 90대 치매 노인으로 버린 책인 줄 알고 원룸 현관에 A씨가 내놓은 책을 가지고 간 것으로 드러났다.
치매노인은 폐지 등을 모아 용돈벌이를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치매 노인 자택의 마당에서 A씨의 손때가 묻은 법률책들을 찾아내 특급 등기우편으로 서울로 간 A씨에게 발송했다.
A씨는 “시험을 망칠 뻔했는데 요약본 책을 되찾아 안심이 된다”고 고마워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변호사 시험 합격소식을 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변호사 시험이 코 앞인데 공부해온 책이 사라졌어요.
입력 2017-01-05 09:41 수정 2017-01-05 1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