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실에 가면 한반에 아이들 3~4명 정도는 눈을 깜빡이거나 킁킁대는 등의 습관을 보인다. 신체의 일부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축되는 증상인 ‘틱(tic)’이라고 하는데 운동 틱과 음성 틱이 있다.
틱 증상은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아주 흔한 질환이고, 초기에 치료하면 비교적 쉽게 호전되는 질환이다. 하지만 심해지면 복합적인 운동틱과 음성틱이 동시에 나타나는데 이를 '투렛 장애'(Tourette’s disorder)라고 한다.
틱은 타고난 질병이라 생물학적 요인이 작용하지만 심리, 사회적 요인도 발병과 질병의 진행과 예후에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박증이나 주의력 결핍 증상, 과잉행동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세심한 체크가 필요하다.
증상이 심한 아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수업 중에도 “악”소리를 지르고 큰 소리로 욕을 하며,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때리고 발을 구르고 걷다가 제자리에서 뱅글 뱅글 돌거나 이마를 탁탁 치기도 하여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아진다.
이를 보는 부모들은 당황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극단적인 두 가지 잘못된 대처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아이가 노력하면 증상이 없어진다고 믿고 참으라고 야단을 치거나 심지어 틱하는 부위를 때려 주기도 한다. 예전에 틱 증상에 대한 인식이 절대 부족했던 시기에 많이 보이던 태도다.
또 하나는 지나치게 과잉보호하여 아이를 무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심지어 학교를 그만두게 하거니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공부는 물론 기본적인 숙제도 하지 않도록 방치한다. 그러면서 컴퓨터 게임이나 스마트 폰에는 절제를 가르치지 못한다.
사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을 하면 자칫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나치게 각성하거나 흥분하게 되면 신경에서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틱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만성화된 틱증상은 7~15세에 가장 심하지만 대개 사춘기가 지나가면 많이 호전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틱이 나아졌음에도 아이가 인격적으로 아주 미성숙해서 ‘사회 부적응자’가 되어 병원을 찾는 사례를 많이 본다. 부모의 과잉보호로 아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어른’이 되어버린 거다.
아이 스스로를 ‘나=투렛’ 으로 인식하여 질병이 곧 아이의 정체성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런 아이들은 자신이 남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또래 관계도 회피하고 힘든 일이 생기면 외면한다. 또 욕구나 화를 조절하지도 못해 어른이 되어도 감정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 치료가 쉽지 않은 ‘성격장애’가 진행되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 하고 접근하면 틱도 천식이나 아토피처럼 치료할 수 있는 병이다. ‘나는 단지 틱이라는 증상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거나 ‘틱 증상은 단지 나의 일부 일 뿐’이라고 질병과 자신을 떼어 놓고 생각하는 게 치료에 도움이 된다.
사실 '틱 장애'는 스스로 자신에게 찍는 낙인이 가장 큰 적이다. 이런 질병 태도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부모다.
틱 장애든 투렛 장애든 비교적 치료는 잘되는 편이다. 심하지 않은 틱은 환경 특히 가족, 학교의 개입만으로도 호전되기도 한다.
하지만 틱 증상이 지속돼 스스로 위축되고 증상을 예민하게 인식해 사회생활에 영향을 받을 때는 약물치료를 하기도 하는데, 시기에 따라 기복이 있으므로 상당기간 전문가가 세심히 관찰해 치료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필요한 약물치료를 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요즘 나오는 신약들은 예전의 약처럼 졸립거나 살이 찌는 등의 부작용은 거의 없고 의존성이 없다.
이밖에 인지행동치료의 일종인 HRT(습관역전 훈련)과 이완 요법을 하기도 한다. 틱이 시작되는 근육의 부위를 정확히 찾고 선행감각을 인식하여 조절하는 훈련기법이다. 조절이라 함은 억지로 참는 것이 아니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냥 억지로 참게 해서는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이호분 (소아정신과 전문의,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