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소환 요구에 ‘정신적 충격’을 이유로 불응했다. 지난달 27일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한 데 이어 두 번째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4일 “정유라 체포 소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계속 불응할 경우 뇌물죄 등 새로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다시 발부받아 강제 소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덴마크 법원은 우리 정부 요청을 받아들여 정씨에 대한 긴급인도구속 결정을 내렸다. 정씨가 구금 연장이 부당하다며 항소했지만 고등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이달 30일까지 구금이 확정됐다. 이 기간 동안 정씨의 송환여부를 결정하지 못할 경우 구금 재연장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곧바로 정씨 국내 압송을 위한 범죄인 인도 절차에 들어갔다. 정씨가 송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시간이 다소 지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이 특검보는 “범죄인 인도 결정이 진행되는 동안 정씨는 계속 구금 상태에 있어야 한다. 해당 구금 기간이 한국에서 산입도 안 된다”며 “굳이 그런 결정을 내릴까 의문이 든다. 어느 시점이 될지 모르지만 자진 귀국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씨가 이화여대 입학 비리 의혹이 불거지던 지난해 10월에도 고가의 명마를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씨가 구입한 ‘블라디미르(Wladimir O.A)’는 스웨덴 대표로 그랑프리대회에 출전한 말로, 값이 수억원에 달한다. 블라디미르는 정씨가 덴마크에서 체포된 지난 2일 급작스레 팔렸다고 독일 언론에 보도됐다.
최씨 모녀가 이대 교수 7명과 돌아가며 학점 상담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밝힌 교육부 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을 비롯해 김경숙 전 체육대학장, 이원준 체육과학부 학과장, 이경옥 교수 등 6명의 교수가 지난해 1학기 두 사람을 만났다고 진술했다. 이미 구속된 류철균(필명 이인화) 교수까지 포함하면 7명의 교수가 이들과 접촉한 것이다.
특검팀은 5일 정씨의 이대 입시 특혜 논란 핵심 인물인 남궁곤 전 입학처장을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키로 했다. 남궁 전 처장은 정씨가 2014년 이대 체육특기자 전형에 응시했을 당시 김경숙 전 학장으로부터 정씨 지원 사실을 듣고 면접 관계자들에게 “금메달 딴 학생을 뽑으라”고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황인호 정건희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