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의 ‘박근혜 특검’ 생생기록] 28. 구속된 최순실에 또 구속영장 청구한다, 왜?

입력 2017-01-04 17:29
지난달 24일 특검팀에 공개소환됐을 때의 최순실씨. 뉴시스

어제 특별검사팀 수사의 중심인물이 덴마크 경찰에 구금된 정유라씨였다면 오늘은 그 엄마 최순실씨입니다. ‘비선 실세’ 최씨는 국정농단의 장본인으로 강도 높은 특검팀 수사를 받아야 하는 핵심인물임에도 소환에 계속 불응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정신적 충격을 이유로 소환을 거부했다는군요. 딸이 체포됐다는 소식에 만사가 귀찮아진 모양입니다. 번거롭더라도 체포영장 또는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특검팀 사무실로 ‘모시고’ 와야 될 것 같습니다. 정유년 들어 세 번째 이야기, 공식 수사 15일째(1월 4일 수요일)의 이야기입니다.

지난달 19일 첫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에 나온 최순실씨. 뉴시스

# 최순실 강제구인키로=이규철 대변인(특검보)은 오후 2시30분 정례브리핑에서 최씨 소환 거부와 관련된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최씨는 지난달 24일 처음으로 특검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달 27일에는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데 이어 오늘도 오후에 출석하라는 특검팀 요구를 무시했습니다. 정신적 충격 등을 이유로 다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이죠. 자꾸 이러면 방법은 강제구인밖에 없죠. 대변인의 말을 들어보죠.

Q. 최순실이 자꾸 안 오는데.
A. 구속 피의자가 몇 차례 출석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소환하는 방법이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저희들이 별도로 새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소환할 수 있다. 두 가지 방법에 따라 추후 처리할 예정이다.

Q. ‘정신적 충격’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A. 저도 전달만 받았기 때문에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정유라 체포 소식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Q. 한 번 더 불출석하면 체포영장 집행?
A. 예, 체포영장 구속영장 고려하고 있다.

Q. 구속영장 새로 발부받는다는 것은?
A. 기존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기소 사실 외에 새 범죄사실 인지해서 거기에 대해 새로 영장을 발부받는 걸 말한다.

Q. 기존에 있었던 범죄혐의가 아니라 새로 범죄혐의를 적용한다는 것인가.
A. 그렇다.

Q. 최순실 영장 치면 새 혐의라고 했는데 뇌물죄랑 관련 있나.
A. 뇌물죄도 가능성 있다.

3일 덴마크 법원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정유라씨. 뉴시스

# 정유라 압송작전 돌입=이 대변인은 오늘 중 정유라씨의 범죄인인도 청구서를 법무부로 보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씨의 강제송환을 위한 최후의 수단입니다. 기간이 걸리더라도 정공법을 택하겠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특검팀은 정씨의 자진귀국 가능성도 계속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대변인은 “자진귀국은 긴급인도구속 상태뿐만 아니라 범죄인인도 청구 상태에서도 언제든지 본인이 원하면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설명도 했습니다. 범죄인인도 절차가 진행될 동안에는 구금상태로 있어야 한다, 결정적인 건 정씨는 현재 아이가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현지 구속기간은 한국에 들어와 재판받을 때 산입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현지에 남아서 재판을 진행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다, 어느 시점이 될지 모르지만 자진귀국할 것 같다, 뭐 이런 얘기들입니다.

앞서 덴마크 서부고등법원은 3일 오후(현지시간) 올보르 지방법원의 4주 구금기간 연장 결정이 부당하다며 정씨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씨는 오는 30일 오후 9시까지 구금된 상태로 있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 우리 당국의 범죄인인도 요청서가 덴마크 사법당국에 접수되면 범죄인인도 절차가 끝날 때까지 구금이 연장되는 것입니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4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태권도 관련 단체장들과 신년 간담회를 갖고 있다. 문체부 제공

# 김기춘 조윤선 소환한다=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게 되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소환할 때 밝히겠다고 합니다.

지난 2일에는 김 전 실장 후임인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재직 2015년 3월∼2016년 5월)의 자택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 전 실장은 그 직전에는 국가정보원장도 지냈습니다. 이 대변인은 “압수수색은 비서실장 재직 시 혹시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혐의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제 저녁 7시30분에는 유동훈 현 문체부 2차관도 소환해 조사했습니다. 유 차관은 김종(구속) 전 2차관의 후임입니다.

국정원이 블랙리스트 작성 등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 국정원 직원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의혹만 가지고는 바로 수사를 확대할 수 없다. 수사 계획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특검팀은 오늘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 등을 불러 조사했습니다. 구속 수감돼 있는 이들 3명은 오후 2시쯤에 호송차를 타고 특검팀 사무실에 나왔습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