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에겐 지우고 싶은 '세월호'… 침몰 시기조차 잊었다

입력 2017-01-04 16:56 수정 2017-01-05 10:26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 인사를 겸한 티타임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간담회에 대한 비난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민심과 한참 동떨어진 현실 인식과 ‘난 잘못한 게 없다’는 변명으로 일관해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특유의 난해한 어법으로 ‘박근혜 번역기’가 다시 등장하는 등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번엔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 해명하면서 참사가 발생한 시기를 헷갈려하는 장면이 포착돼 온라인이 들끓고 있다.

4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박 대통령 신년간담회 영상과 이를 캡처한 사진이 빠르게 공유됐다. 특히 세월호 참사 발생 시기를 언급한 장면이 집중적으로 퍼져나갔다. 영상에서 박 대통령은 “세월호 문제인데 작년인가? 재작년인가?”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세월호 참사는 작년(2016년)도 재작년(2015년)도 아닌 2014년 4월16일 일어났다. 2017년 새해 첫날 갑자기 간담회가 이뤄진 탓에 사고 발생 연도를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국민이 가장 궁금해 하는 사안인 만큼 헷갈려서는 안 된다는 게 네티즌들의 지적이다.


2014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6일간 단식을 벌인 유민아빠 김영오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탄을 쏟아냈다. 그는 “온 국민이 다 기억하고 있는 날을 박근혜만 모른다니 어이가 없다”고 적었다. 이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을 기억도 못하고 언제인지도 모르는데 구조에 관심이나 있었을까”라며 당시 정부가 배에 갇힌 아이들을 한 명도 구하지 못한데 대한 책임을 상기시켰다. 조국 서울대 교수도 페이스북을 통해 “욕이 나온다”고 일갈했다.


네티즌들은 김씨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기억이 안 난다는 듯한 무심한 말투에 더 화가 난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대통령이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대통령은 지우고 싶은 기억이겠지만 국민이 300명 넘게 수장된 참사였다”며 “관저에서 정상 근무했다면서 어떻게 연도와 날짜를 모를 수 있느냐”고 쏘아붙였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