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 전시 외압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광주시는 “광주비엔날레재단에서 홍성담 화백의 박근혜 대통령 풍자 걸개그림 ‘세월오월’ 관련자료를 넘겨받아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검팀에 제출했다”고 3일 밝혔다.
제출한 자료는 2014년도 광주비엔날레 작가 선정 경위, 세월오월 전시 경과 일지 등이다.
시는 해당 자료들을 스캔한 뒤 특검팀 이메일로 전달했다.
특검팀이 최근 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재단의 세월오월 전시와 관련된 자료 일체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시는 보관 중인 자체서류와 광주비엔날레재단의 관련자료를 받아 특검팀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세월오월’이 정부 외압으로 2014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전시되지 못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지 주목된다.
특검팀은 지난 2014년 광주비엔날레 당시 전시를 앞둔 ‘세월오월’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이후 전시불가 결정이 내려진 배경을 확인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세월오월은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대형 걸개그림으로 2014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전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시를 앞두고 갑자기 전시불가 결정이 내려져 당시 특별전 참여작가들이 작품을 철수하는 등 집단 반발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지난해 11월 김종 전 문화체육부 차관의 전화를 받은 뒤 전시불가를 결정했다고 뒤늦게 밝히기도 했다.
윤 시장은 “중국 북경 출장 중 김종 전 차관이 전화로 (국비)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에 (세월오월을 전시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며 “당시 광주시정이 처한 상황으로 이 문제(세월오월 전시)를 정면돌파하지 못했다”고 간접적으로 사과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차관은 “윤 시장과 통화한 적이 없다. 착각한 것 같다”며 “걸개그림이 어떤 그림인지도 모른다”고 윤 시장의 외압 주장을 부인했다.
하지만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 등을 통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외압설이 불거져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해 11월 공개된 비망록에 김 전 비서실장으로부터 ‘홍성담 배제 노력, 제재조치 강구’를 지시받았다는 메모(2014년 8월8일자)를 남긴 바 있다.
비망록에는 ‘사이비 예술가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함께 적혀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홍 화백은 정부 압력으로 전시가 무산됐다며 관련기관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홍 화백은 특검팀에 당시 상황을 진술할 의사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화백이 그린 세월오월은 가로 10.5m×세로 2.5m의 대형 걸개그림이다.
2014년 9월5일부터 11월9일까지 열린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 ‘달콤한 이슬-1980 그후’ 출품작으로 선정됐다가 논란 끝에 전시가 무산됐다.
세월호 참사와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삼은 ‘세월오월’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과 주먹밥을 나눠주던 아줌마가 '세월호'를 힘차게 들어올려 승객들을 안전하게 탈출시키는 모습이 담겨 있다. 시민들이 ‘가만히 있지 말라’는 현수막을 들고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장면도 담겼다.
작품 왼쪽 상단은 박근혜 대통령을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로 풍자했다. 당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당시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 등이 웃고 있는 모습도 한켠에 그려져 있다.
홍 화백은 당시 광주시가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등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박 대통령을 ‘허수아비’에서 ‘닭’ 형상으로 바꿔 다시 작품을 제출했다. 그런데도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전시를 유보했고 결국 홍 화백은 작품을 자진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책임큐레이터인 윤범모 가천대 교수와 이용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 사퇴, 참여작가의 작품철회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와관련,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회 등 10여개 문화예술단체는 지난달 ‘블랙리스트’ 의혹 등으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특검에 고발한 바 있다.
이들은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 등을 근거로 김 전 실장이 2014년 8월 세월호 참사를 풍자한 홍 화백의 작품전시를 외압을 통해 막았다고 주장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