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나가! 앞으로 오지 마!”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연합(한교연) 사무실을 찾았을 때 들은 첫마디입니다. 한교연 관계자는 “왜 그러느냐”는 취재기자의 항의에도 문 밖으로 밀어냈습니다. 그리고 문을 쾅 닫았습니다. 문 앞에 붙은 ‘편파보도 일삼는 국민일보 기자의 취재를 사양합니다’라는 문구가 상황을 설명해주는 듯 했습니다.
교계에서 특정 언론사 기자의 출입을 통제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취재거부와 출입통제는 취재원이 내부 문제를 드러내고 싶지 않을 때 써먹는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비판의 가능성을 원천 봉쇄해 더 이상 내부문제를 알리지 않겠다는 폐쇄심리가 들어있죠.
이런 이유 때문인지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위장교회와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구 안상홍증인회)’ 관악교회를 취재할 때도 출입을 철저히 통제 당했습니다.
국민일보는 그동안 한국교회의 하나됨을 일관되게 촉구해 왔습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교연,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등을 포괄하는 ‘빅텐트’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했는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선 한국교회 성도들의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국민일보는 그동안 군소교단이 연합사업에 주도권을 가지면서 나타나는 질적 저하 현상과 무인가 신학교를 운영하는 교단이 연합기관에 진출하려는 이유 등도 소개했습니다.
급기야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7대 교단장은 가칭 한국교회총연합회 출범을 결의하고 오는 9일 서울 정동제일감리교회에서 행사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연합 논의과정에서 사실상 소외돼 있는 한교연은 이걸 편파보도로 보고 반발에 나선 것입니다. 심지어 ‘국민일보가 한교연을 고사시키려 한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출범 5년 차로 조직 안정화에 접어든 한교연 입장에선 국민일보 보도가 조직을 뒤흔드는 위험행동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조직이든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출판의 자유에 따라 자유로운 비판이 가능합니다. 그게 민주주의 사회입니다. 출입통제는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았던 시대에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는 한교연의 취재통제 행위가 언론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했다는 데 공감하고 사과요구, 항의방문, 성명서 발표 등 행동에 나설 예정입니다. 정형권 기자협회장은 “연합기관의 취재통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사태가 커지자 정서영 한교연 대표회장은 진화에 나섰습니다. 정 대표회장은 “한교연에서 국민일보의 비판을 나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취재를 막으려 한 것 같다”면서 “출입통제는 내가 지시한 것은 아니고 사무실 직원들이 그렇게 한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서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사무실에 가서 문제를 해결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교연 본부는 한국교회 어느 기관보다 양질의 인력구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전 총무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기관지인 ‘한국기독공보’ 전 편집국장, 교계 신문인 ‘기독교연합신문’ 전 부장 등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연합사업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훗날 한국교회가 하나 됐을 때 실무를 책임질 소중한 인적자원들입니다.
시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이제는 ‘조직을 지키기 위한 반대’ ‘반대를 위한 반대’ 프레임에서 벗어나 넓은 시야를 가질 때입니다.
바른 영적가치를 제시하고 사회통합에 앞장서는 ‘대한민국 1대 종교’로서 한국교회가 하나 되는 큰 물줄기에 적극 동참할 때입니다. 훗날 한국교회사에서 교회분열의 당사자로 지목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