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은 홍승봉(사진) 신경과 교수 연구팀이 질병관리본부와 공동으로 2011년 한 해 동안 전국 15개 시도 150개 중·고등학교 학생 2만 6395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청소년 수면건강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이 분석됐다고 3일 밝혔다.
조사결과 요즘 우리나라 청소년 들 중 잠들기 직전 각종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경우는 10명 중 8명(81.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이용시간은 1시간이었다. 유형별로는 TV나 인터넷이 37.8%(9329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스마트폰 30.1%(7450명), 컴퓨터 게임 13.8%(3413명) 순서였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전체 조사대상자의 9.5%(2359명)가 이러한 전자기기를 틀어놓은 채 잠든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중고생의 주중 평균 취침시각은 23시 51분이었고, 평균 기상시각은 오전 6시 27분이었다. 반면 희망 수면시간은 8시간 20분으로 조사됐다. 늘 잠이 모자란 상태란 뜻이다. 본인들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수면시간보다 1시간 50분이나 적게 자는 셈이다. 게다가 수면을 방해 받고 있다고 답한 학생도 29%(7164명)에 달했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전자기기 사용이 학생들의 기분장애나 자살경향성과 인과관계가 있는지, 수면건강에는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다중회귀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우선 취침 전 전자기기 사용은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기기 사용 그 자체만으로도 우울감을 유발하는 원인(p<0.01)이 될 뿐만 아니라, 자살경향성과도 밀접한 관련성(p<0.001)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자기 전 밤 늦게까지 습관적으로 TV, DMB를 보거나 인터넷, 스마트폰, 컴퓨터게임 등을 하는 것이 우울감이나 자살경향성을 키우는 직접적 원인이라는 의미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밤 늦게 전자기기 사용과 수면방해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수면시간을 유의하게 짧게 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대신 기존에 알려진 바와 같이 수면방해 그 자체가 우울감이나 자살경향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재차 확인됐다.
홍승봉 교수는 “밤 늦은 시간까지 자녀들이 TV, 인터넷,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있는 경우 어떤 위험을 초래하는 지 알 수 있다”면서 “잠자리에 누워서도 계속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정해진 시간에 제한적으로 이용하는 습관이 들 수 있도록 학교 및 가정에서의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결과는 수면학 분야 국제 학술지 ‘슬립 메디신(Sleep 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