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의 ‘박근혜 특검’ 생생기록] 26. “도망도 실력이다” 정유년에 정유라 체포

입력 2017-01-02 17:46 수정 2017-01-02 17:53
최순실 딸 정유라가 덴마크에서 현지 경찰에 의해 체포되는 순간을 촬영한 영상을 JTBC가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2일 공개했다. 뉴시스

“돈도 실력이야”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고 이죽거려 국민을 분노케 했던 정유라(21)씨가 덴마크에서 현지 경찰에 전격 체포됐습니다. 정씨는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씨 딸로 독일로 잠적한 바 있습니다. 돈을 모으는 데는 부모 실력이 통했는데 도망 다니는 데는 부모 도움이 없어 한계가 있었던 걸까요. 게다가 ‘정유년(丁酉年)’ 첫날에 ‘정유라’가 잡혔습니다. 정유라의 개명 전 이름이 ‘정유연’인 걸 빗대 네티즌들은 환호하는군요. 모 국회의원은 트위터에 “병신년이 가고 정유년이 오니 정유연이 온다”는 글을 남겼죠.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당국이 송환 작업에 신속히 착수했다고 하니 정씨의 민낯을 볼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닭의 해를 맞아 첫 번째 특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공식 수사 13일째(1월 2일 월요일)입니다.

정유라. 사진=TV조선 화면 캡처

# 정유라가 온다=정씨가 덴마크에서 검거된 것은 현지시간으로 1일 밤 10시쯤입니다. 제보를 받은 경찰이 덴마크 북부 올보르시의 한 주택에서 체포했죠. 혐의는 불법 체류입니다. 검거 인원은 모두 5명이라고 합니다. 정씨와 20대 남성 2명, 60대 여성 1명, 그리고 2015년생 남자아이죠. 이 아이는 정씨 아들로 추정됩니다. 우리 경찰청은 한국시간으로 2일 오전 7시 이 같은 내용의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전문을 접수했습니다. 경찰은 특검팀에 바로 통보했고, 특검팀은 법무부 외교부 경찰 등 관계기관과 협조해 신속한 송환 작업에 나섰습니다.

법무부는 긴급인도구속을 요청한다고 합니다. 정식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범죄인 구금 상태를 유지해달라는 요청입니다. 덴마크 경찰은 불법 체류 혐의자를 최장 72시간 구금할 수 있는데 한국 요청을 받아들이면 구금기간이 더 연장될 수 있다는군요. 국내 압송이 초읽기에 들어간 느낌입니다. 하지만 정씨가 이에 불복해 현지에서 재판을 청하면 송환이 지연될 수 있답니다. 인터폴에 요청한 ‘적색 수배’가 발령되면 바로 강제 압송될 수 있지만 아직 절차상 적색 수배령은 발령되지 않아 그렇다고 합니다.

이규철 대변인(특검보)은 “현재 정유라 신병과 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저희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관련 법률, 현지 사정, 앞으로의 진행 상황에 따라 상당히 유동적”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 단기간에 송환될 것인지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또 체포 과정과 관련해선 “특검이 취한 절차(사법공조, 인터폴 적색수배 발령 요청 등)와 무관하게 갑자기 체포된 것으로 보인다”며 “송환 추진 과정에서는 특검이 취한 조치들이 도움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어찌 됐든 송환 작업이 순조롭게 마무리돼 정씨가 하루속히 들어오게 되길 국민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야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특혜 의혹, 삼성 지원 의혹, 국외 재산 도피 의혹 등의 퍼즐을 특검팀이 정확하게 맞출 수 있을 테니까요.

정유라 학점 특혜를 준 의혹으로 긴급체포된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가 1일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뉴시스

# 정유라 학점 특혜 ‘이인화’ 구속?=정유라씨에게 학점 특혜를 준 혐의(업무방해 등)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류철균(52)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의 영장실질심사는 오늘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있었습니다. 류 교수는 ‘이인화’라는 필명으로 베스트셀러 소설 ‘영원한 제국’을 쓴 작가입니다.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류 교수는 지난달 30일 오후 7시쯤 비공개 소환돼 밤샘조사를 받은 뒤 31일 오전 6시쯤 증거인멸 우려로 긴급체포됐고 1일 오후 구속영장이 청구됐습니다. 그는 독일에 체류 중인 정씨가 지난해 기말시험에 응시하지 않았음에도 학점 특혜를 준 뒤 이게 들통날 것을 우려해 뒤늦게 조교로 하여금 정씨의 답안지를 대신 작성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구속 여부는 밤늦게 또는 내일 새벽 결정됩니다.

중요한 것은 특혜를 주도록 한 배후로, 특검팀이 최종적으로 파헤쳐야 할 부분입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류 교수 측 변호인은 김경숙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이 최순실씨 부녀를 소개해주며 잘 봐달라고 3차례나 부탁해 학점 특혜를 준 것이라서 범죄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강변했습니다. 하지만 김경숙 전 대학장 선에서 이뤄진 일은 아닐 겁니다. 그 윗선이 궁금합니다.

2일 특검팀에 소환된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뉴시스

# ‘블랙리스트’ 김기춘 조윤선 조만간 소환=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송광용(64)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오늘 오전 10시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습니다. 그는 서울교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4년 6월 교문수석으로 임명됐으나 경찰 조사를 받은 전력이 드러나 3개월 만인 9월 물러났습니다. 특검팀 사무실에 나온 그는 블랙리스트 존재를 묻는 기자들의 잇단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조사실로 올라갔습니다.

블랙리스트 의혹의 핵심 당사자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입니다. 조 장관은 조만간 소환될 것입니다. 특검팀이 지난달 30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블랙리스트를 본 적 없다”고 증언한 조 장관을 위증 혐의로 고발해달라고 공식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조 장관과 함께 김 전 실장도 특검팀 사무실로 나와야 될 겁니다.

특검팀은 지난달 30일 임명된 송수근(56) 문체부 1차관도 수사선상에 올렸습니다. 2014년 10월부터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있으면서 ‘건전콘텐츠 TF’ 팀장을 맡아 각국실의 블랙리스트 관리를 총괄했다는 의혹 때문입니다. 지난달 26일 문체부 압수수색 때 이미 송 차관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바 있습니다.

또 삼성 지원 의혹과 관련해선 오늘 안종범(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문형표(구속) 전 보건복지부 장관, 최순실씨 조카인 장시호(구속)씨 등을 소환조사했습니다.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 인사를 겸한 티타임을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제공

# ‘대통령 간담회’ 언급 안 한다=박근혜 대통령이 1일 느닷없이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자신에 대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선 데 대해 특검팀은 반응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이규철 대변인(특검보)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 간담회에서 하신 말씀에 대해서는 특검이 수사 중인 사안이므로 현 단계에서는 특별히 언급할 사항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 조율’ ‘대통령 조사 필요성’ ‘세월호 7시간 소환자’ ‘향후 수사 영향’ 등 쏟아지는 질문에도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습니다. 단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현 단계에서 조사할 것이다, 말 것이다 말씀드릴 수 없고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불필요한 공방은 하지 않고 수사결과로 말하겠다는 의미 같습니다.

특검 1호로 구속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2일 특검 사무실로 다시 소환됐다. 뉴시스

# 지난 주말도 강행군=블랙리스트 문제로 김희범 전 문체부 1차관도 지난달 31일 오전 10시쯤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1일 새벽 3시 귀가했습니다. 김 전 차관은 2014년 10월쯤 김기춘 전 실장으로부터 블랙리스트에 반대하는 문체부 1급 공무원 6명의 일괄사표를 받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합니다. 김낙중 미국 LA한국문화원장은 31일 피의자 신분으로 밤샘조사를 받고 귀가조치됐습니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한 김 원장은 블랙리스트 문체부 전달에 관여한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삼성 지원 의혹과 관련해 장시호씨와 문형표 전 장관도 31일 오후 다시 소환돼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았습니다. 지난달 31일 새벽 ‘특검 1호’로 구속수감된 문 전 장관은 31일에 이어 1일 오후에도 불려 나왔습니다. 1일에는 김종 전 문체부 2차관도 5번째로 특검에 출석했습니다. 연말연시에도 강행군을 했습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