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법인 명의로 대포통장 찍어내 10억원 챙긴 조직

입력 2017-01-02 15:13 수정 2017-01-02 15:14

유령법인 명의로 대포통장 수백개를 만들어 10억원을 챙긴 ‘대포통장 공장’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실업자·취준생 등 명의를 사들여 100개가 넘는 유령법인을 세웠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일 유령법인 161개를 세운 뒤 법인 명의로 대포통장 487개를 만들어 판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유통 총책임자 배모(35)씨와 계좌관리 직원 김모(38)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명의를 빌려준 조직원 등 68명과 법무사 사무원 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배씨 등은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유령법인 명의로 만든 대포통장을 인터넷 도박사이트 ‘정글북’ 운영자 등에게 팔아 10억여원을 벌어들인 혐의다. 통장·도장·보안카드를 1세트로 묶어 200만원씩 받고 팔았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명의모집, 법인설립, 통장개설팀으로 역할을 나눠 손발을 맞췄다. 명의모집팀은 블로그와 SNS 등에 고액아르바이트 구인 지라시를 퍼트린 뒤 실업자와 취준생 등 명의를 사들여 유령법인을 세웠다. 법인설립팀은 법인을 세울 때 필요한 서류작성을 도왔다. 계좌개설팀은 법인 직원을 사칭해가며 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했다.

이들은 대포통장 구매자가 수사기관에게 사용정지를 당하면 다른 계좌로 교체해 주는 등 ‘애프터서비스(AS)’도 제공했다.

경찰은 “배씨 일당은 등기소 공무원들이 법인신고서류를 형식적으로 검토한다는 사실과 이름과 소재지만 다르면 같은 임원진으로 여러 유령법인을 세울 수 있다는 점을 파고들었다”고 설명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