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가 덴마크 북부 올보르에서 현지 경찰에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일 “덴마크에서 정유라씨가 체포됐고, 송환 위해 관계기관과 협조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등에 따르면 덴마크 경찰은 이날 새벽(한국시간) 정씨를 체포했다고 한국 경찰에 통보했다. 특검팀은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 등과 관련해 지난달 27일 인터폴에 정씨에 대한 적색 수배를 요청했었다. 적색 수배는 중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에 대해 내리는 수배다.
덴마크 경찰은 올보르의 한 주택에서 정씨를 포함한 4명을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현지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강제 추방 절차를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적색 수배가 발령되면 신병이 확보되는대로 본국으로 강제 압송될 수 있다.
하지만 정씨에 대한 적색 수배는 아직 발령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씨의 국내 송환 절차에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씨 측이 현지 변호인을 선임한 상태라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년 넘게 송환 거부 소송을 벌이고 있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유섬나씨 사례가 재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씨 측 변호를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는 정씨 체포사실이 알려진 직후 “정씨가 귀국하면 특검 조사에 적극 협력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정씨에 대해 지난달 20일 이대의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적용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상태다. 특검팀은 정씨가 귀국하지 않자 그를 기소중지·지명수배했다. 정씨가 귀국할 경우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특검팀은 1일 정씨의 이대 학사 특혜 의혹과 관련해 류철균(필명 이인화·51) 이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류 교수는 전날 오전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던 중 정씨 성적 조작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긴급체포됐다. 이대 특혜 의혹과 관련해 1호 강제수사 대상자다.
류 교수는 ‘K-MOOC 영화스토리텔링의 이해’라는 강의에서 정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특히 조교에게 정씨 기말시험 답안을 대신 작성하게 하고 정씨에게 학점을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당시 독일에 체류 중이었으나 이 같은 특혜로 시험 없이 학점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교육부가 실시한 감사에서도 정씨가 류 교수 수업 기말시험을 치르지 않았는데도 정씨 이름으로 된 답안이 제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누군가 정씨를 대신해 온라인 강의를 들은 흔적도 발견됐다.
특검팀은 류 교수를 정유라 관련 특혜 의혹을 풀 핵심 인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류 교수가 조교에게 “특검에 가서 허튼소리하면 논문 심사에서 불이익을 주겠다. 학계에 발 못 붙이게 하겠다”며 허위 진술을 종용한 정황도 포착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