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지도자 입 열었지만… 듣고싶은 얘기 없었다

입력 2017-01-02 05:00
박근혜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뉴시스.


남북의 지도자들이 새해 첫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민들이 듣고자 했던 얘기는 없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국회 탄핵소추로 청와대 관저에 머물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예상 외로 1일 오후 청와대 출입 기자들과 신년인사 겸 티타임을 가졌다. 탄핵 소추이후 사실상 첫 대외일정이었다. 청와대 상춘재 내부에서 간단히 소회를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도 받는 형식이었다.

새로운 얘기는 없었다. 박 대통령은 3차례의 대국민담화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대부분 부인했다. 국정농단과 관련한 보도의 상당수를 오보라고 단정 짓는 듯한 뉘앙스로 언급하며 기자들에게 “전하는 얘기 그대로 다 믿지 말라”는 당부까지 했다.

박 대통령은 “미소 지을 일이 없고 마음 편할 날이 없다”며 “오보도 종잡을 수 없다. 한도 끝도 없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이번만큼은 허위가 걷어졌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하며 “전하는 얘기 그대로 다 믿지 말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세월호 7시간’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박 대통령은 “밀회 얘기가 나왔다가 굿 얘기도 있었고 수술을 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어이가 없었다”며 “그날 일정이 없어서 관저에서 근무했고 정상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보고받고 체크하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또 세월호 당일의 미용 시술 의혹에 대해 “전혀 아니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기억 더듬어보니 머리 만져준 분, 목에 필요한 약 들고 온 거 외에 (외부인 출입) 없다”고 말했다. 기존 보도와 청문회 등을 통해 확인된 사실은 인정했지만 그 외엔 없다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1일 낮 12시(평양시간·한국시간 12시30분)부터 북한 조선중앙TV를 통해 육성 신년사를 발표했다. 이례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실명 비난한 것 외에 촛불시위에 대해 “반인민정책, 사대매국, 동족대결에 대한 분노가 폭발할 것”이라고 자의적 해석을 하는 등 정치상황을 선동에 이용하려는 태도는 여전했다.

김 국무위원장은 “2016년은 당, 조국 역사의 특기할 혁명적 경사의 해, 위대한 전환의 해였다”며 “북한은 강적도 건드릴 수 없는 동방의 핵 강국, 군사 강국으로 솟구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핵전쟁 위협 대처를 위한 수소탄실험과 공격수단 핵탄두 시험을 성공했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마감 단계”라고 덧붙였다.

국제사회의 억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를 개의치 않는 독불장군식 행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촛불시위를 선동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의도를 여실히 드러내면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들에게 실망만 안기고 말았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