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시대” 한국 사회 충돌하는 두 개의 중국 인식 어쩌나

입력 2017-01-01 16:41 수정 2017-01-01 16:42
전인갑 서강대 사학과 교수는 인천대 중국학술원이 발행한 ‘관행중국’ 1월호에서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충돌하는 두 개의 중국 인식’이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한국 사회에는 대중국(對中國) 인식에 관한 한 우려할만한 분열적 시각이 존재한다”고 전제, “분열적 시각의 병존은 학계를 비롯한 지식인 사회 전반, 정부 차원, 민간 차원을 불문하고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우선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이 관점은)중국은 경계의 대상이며, 역사와 문화, 영토 갈등의 주범이라는 입장에서 중국을 ‘해석’하려 한다. 또한 이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중국을 반공(反共)의 대상으로 보며, 종교적으로 자유롭지 못한-특히 개신교의 입장-억압적, 독재적, 전제적 국가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생산해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점은 유럽 및 미국 중심의 근대적 보편가치와 규범에 대한 도덕적, 이념적 의무감을 중시하고, 중국이 인류의 보편가치와 규범을 무시한다고 인식한다.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로 보수적, 우파적, 기독교적, 친미적 성향을 띠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여전히 강한 반공 이데올로기를 전제로 중국을 인식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따졌다.

또 하나의 시각은 중국을 긍정적으로 보는 관점이다. 

 그는 “이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중국이 우리의 생존 기반이며, 중국은 이제 한국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 가는데 고려해야 할 상수(常數)가 됐다고 인식한다. 지금까지는 미국만 고려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중국 역시 그 정도 혹은 그 이상으로 고려하여 한국사회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가진 논자들은 중국이 이제는 정치적, 경제적 패권을 넘어 자신의 역사와 문화에 뿌리를 둔 거대 문명 전략을 구상하며 새로운 글로벌 스탠다드와 새로운 글로벌 질서를 설계하기에 이르렀다고 평가한다. 그러므로 이들은 정치, 경제적 비대칭성 뿐 아니라 보편가치·보편문화 담론에서도 문화적 비대칭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해석했다.

이어 “이들이 볼 때 중국은 자신들의 거대 문명 전략을 실현해가는 데 한국이 적극 참여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중국의 이러한 강력한 요구에 대해 한국은 들어갈 수도, 무시할 수도 없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으므로 이러한 상황에 대한 실용주의적 해법을 모색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이러한 관점은 현 상황에서 중국의 문명담론과 세계질서 구상을 한국의 국가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로 진보적, 좌파적, 친중적 성향을 띤다고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중국에 대한 한국 사회의 분열적 시각은 한중관계, 한미관계, 미중관계, 북한문제, 세계질서의 재편 등과 연동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전 교수는 “한국 사회의 이러한 분열적 시각의 대립은 쉽사리 해소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한국 사회 내부의 심각한 국론 분열을 초래할 위험성조차 내포하고 있다”며 “실제 최근에 대중국 인식을 둘러싼 상이한 관점이 심각한 사회적 균열로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 전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자신들과 다른 입장의 논자들을 친중 사대 혹은 친미 사대를 비난함으로써 국내의 지적, 정치적, 문화적 헤게모니를 장악하는데 중국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양자의 간극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상황은 한국 사회의 대중국 전략, 대미전략 나아가 한국의 미래 전략을 만들어 가는데 매우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중국의 새로운 지도자로 취임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013년 3월 제12차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연설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이 ‘중국의 꿈(中國夢)’이라고 강조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국의 꿈은 반드시 중국의 길(中國道路)을 걸어야 하고, 중국의 정신(中國精神)을 선양해야 하며, 중국의 힘(中國力量)을 결집하여 실현해야 한다”는 그의 언급은 한마디로 글로벌 표준( Global Standard)이 아닌 중국의 표준에 근거해 대국의 내실을 확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특히 전 교수는 과학기술의 총아로 미국과 일본이 주도했던 슈퍼컴퓨터 분야의 지형도를 중국이 바꾸고 있다는 언론 보도는 중국을 새롭게 보아야 하는 이유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전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충돌하는 두 개의 중국인식은 어찌 보면 진영 논리에 빠져 미래를 건설하는데 안일한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질타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