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특혜’ 교수 전락한 ‘영원한 제국’ 저자 이인화

입력 2016-12-31 15:41 수정 2016-12-31 18:20
정유라(왼쪽)씨와 류철균 교수 / 사진=국민일보 DB, 뉴시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의 교육농단 의혹에서 핵심인물 중 하나로 지목한 류철균 이화여대 교수는 ‘이인화’라는 필명으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류 교수는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원에 진학한 1992년 소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로 제1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고 등단했다. 조선 22대 왕 정조의 독살설을 다룬 ‘영원한 제국’을 이듬해 펴냈다. 이인화의 이름을 대중에게 알린 대표 저서다. 영원한 제국은 배우 안성기가 정조를 연기한 1995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됐다.

 류 교수는 그때부터 승승장구했다. 수년 사이에 높아진 이름값 덕에 박사학위를 받지 않은 1995년 이대 국어국문학과 전임강사로 초빙돼 처음 강단에 섰다. 지금은 이대 융합콘텐츠학과장을 지내고 있다. 1997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영웅으로 미화한 ‘인간의 길’을 출간했다. 이 책이 류 교수를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세력으로 안내한 것일까.

 류 교수는 정씨에게 이대 입학‧학사 특혜를 준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됐다. 류 교수는 최씨의 딸 정씨에게 올해 1학기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 수업에서 낙제를 면할 수 있도록 가산점을 부여한 의심을 받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1월 정씨의 특혜 의혹과 관련한 감사에서 류 교수의 비위 혐의를 적발하고 경징계 권고와 함께 수사를 의뢰했다. 교육부 감사에서 정씨는 이 수업의 기말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하지만 정씨의 이름을 적은 답안지가 발견돼 대리시험 정황이 포착됐고, 인터넷강의에서도 대리수강 흔적이 발견됐다.

 박영수 특검팀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류 교수를 31일 오전 6시 긴급체포했다. 특검은 류 교수가 허위 진술로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정씨의 학사 비리와 관련해서는 첫 번째 긴급체포다.

 특검은 오후 2시 다시 소환한 류 교수를 상대로 정씨에 대한 특혜가 있었는지를 추궁했다. 또 류 학과장이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 청년희망재단 초대 이사 등을 역임하는 과정에 청와대의 입김이 있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류 교수는 특검에서 “최순실씨와 아는 사이”라고 진술했다. 특검은 류 교수에 대한 조사를 거쳐 오는 1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