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이제는 우물 속에서 나와서 넓은 세상을 봐야…적폐 해소해 새로운 대한민국”

입력 2016-12-31 10:07 수정 2016-12-31 10:26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31일(현지시간) 지난 10년의 임기를 마무리한다. 반 총장은 30일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에서 발표한 사무총장 퇴임 소회 겸 신년 메시지를 통해 대선 출마 의지를 나타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사진-뉴시스)


반 총장은 “지난 10년간 다음 세대에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이제 국민의 도움으로 제가 얻은 값비싼 경험과 지혜를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또 “그간 쌓인 제도적 결함과 잘못된 관행으로 누적된 폐단 때문에 더 이상 한국을 선진국으로 끌고 가기에는 한계에 부딪혔다”며 “국민은 촛불을 통해서 그들의 실망과 분노를 폭발시켰다”고 했다. 국내의 ‘촛불 민심’에 촉각을 기울여온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반 총장은 “일체의 부조리, 불공정한 구습을 혁파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미국의 행정부 교체(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를 언급하며 “대한민국을 둘러싼 국제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우리가 우물 속에서 나와서 넓은 세상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 경험을 갖춘 자신의 경륜을 부각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 총장은 “저는 우리나라가 당면한 국내외 도전을 헤쳐 나가는 데 미력이지만 온 힘을 모아 기여하고자 깊이 고뇌하고 있다”면서 “귀국하는 대로 국민 여러분의 의견을 직접 경청하고, 저의 생각과 고뇌를 말씀드리면서 해법을 같이 구하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가지려고 한다”고 했다.


▼다음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신년 메시지 전문.

정유년 새해에 국내외 국민과 동포 모든 분께 건강과 행복이 넘치고 우리나라에 새로운 도약의 기반이 마련되는 원년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10년간 국민 여러분의 따뜻한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2007년 1월 사무총장 취임해 벅찬 가슴으로 유엔 사무총장직을 맡아 지난 10년간 다음 세대에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중용과 겸손의 마음으로 일해왔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도 많았지만, 국민과 재외동포가 보낸 성원과 지지가 있었기에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국민의 도움으로 제가 얻은 값비싼 경험과 지혜를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국민은 독립 이래 70여 년 동안 많은 시련과 도전에 직면하면서도 민주제도를 정착하고 경제를 발전시켜 세계의 존경과 부러움을 샀습니다.

그러나 그간 쌓인 제도적 결함과 잘못된 관행으로 누적된 폐단 때문에 더 이상 한국을 선진국으로 끌고 가기에는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은 촛불을 통해서 그들의 실망과 분노를 폭발시켰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겸허하게 문제를 직시하고 일체의 부조리, 불공정한 구습을 혁파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 우리 모두 새로이 시작해야 합니다. 거대한 변화와 통합을 이끌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고 싶다는 국민의 염원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것을 해외에 있으면서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드러난 우리 사회의 적폐를 그야말로 확 바꿔서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합니다. 국민의 지혜와 열정을 믿습니다. 깊어지고 있는 우리의 분열을 메이고, 소외된 분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국민적 결단과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지도자들은 화합과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합니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국제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다. 2017년 국제정세는 ‘초불확실성의 시대’라고 합니다.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고 있고, 우리 주변국들과 새로운 마찰 요인도 생겼습니다. 미 행정부의 교체기에도 우리의 안보 이익이 굳건히 지켜질 수 있도록 지혜로면서도 원칙을 지켜나가는 자세가 절실합니다. 우리 모두 힘을 합해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합니다.

이제는 우리가 우물 속에서 나와서 넓은 세상을 봐야 합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당면한 국내외 도전을 헤쳐 나가는 데 미력이지만 온 힘을 모아 기여하고자 깊이 고뇌하고 있습니다.

귀국하는 대로 국민 여러분의 의견을 직접 경청하고, 저의 생각과 고뇌를 말씀드리면서 해법을 같이 구하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가지려고 합니다.

우리 역사의 위대한 전진을 위해 국민과 동행할 것입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