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의 ‘박근혜 특검’ 생생기록] 25. 朴대통령 측, 박영수 특검 공격 속셈 있나

입력 2016-12-30 17:33 수정 2016-12-30 17:46
각종 이권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 30일 오전 특별검사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이 오늘 헌법재판소 3회 준비절차기일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을 주장했습니다. 여야 합의가 아닌 야당만 특별검사를 추천하도록 한 이번 특검을 갑자기 문제 삼은 겁니다. “정치적 중립성에 위반된 특검이 수사한 수사기록보다는 헌재가 독자적인 증거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뭔가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이 당초 대국민약속과 달리 검찰 조사를 거부한 데 이어 특검 조사마저 거부할 명분을 쌓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특검팀은 불쾌감을 표출했습니다. 취재진이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정치적 중립성이 없다는 판단은 어떤 근거에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특별히 언급할 사항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국회가 결정한 것을 뒤늦게 물고늘어지는 대통령 측 대리인단 주장이 생뚱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사 진행 상황을 보겠습니다. 특검팀은 삼성의 최순실씨 특혜 지원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에 대해 고삐를 바짝 죄고 있습니다. 삼성 의혹을 더 캐기 위해 오늘은 최씨 조카 장시호(37·구속)씨와 김종(55·구속)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피의자로 소환했습니다.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재조사를 했습니다.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선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을 참고인으로 불렀습니다. 공식 수사 10일째(12월 30일 금요일)의 특검 이야기입니다.

30일 오후 다시 소환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뉴시스

# 박근혜-삼성 뇌물죄 집중 조사=장시호씨와 김종 전 차관은 오전 10시쯤 호송차를 타고 동시에 특검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두 사람은 기자들의 잇단 질문에 침묵한 채 조사실로 올라갔습니다. 김 전 차관은 특검팀의 4번째 조사인데 장씨는 처음입니다. 장씨는 김 전 차관과 공모해 자신이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해 삼성으로부터 16억여원을 후원받았습니다. 장씨와 김 전 차관이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에게 압력을 넣었죠.

박 대통령-삼성-최순실로 연결되는 제3자 뇌물죄 수사를 위한 것인데, 삼성이 최씨를 지원하는 데 박 대통령의 지시 또는 관여가 있었느냐가 핵심 포인트입니다. 청와대 재직 중 박 대통령 지시사항을 꼼꼼히 업무수첩에 적어놓았던 안 전 수석은 오후 1시25분쯤 호송차를 타고 나왔습니다. 박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독대한 지난해 7월 25일의 안 전 수석 수첩에는 ‘제일기획 김재열 사장.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협조 요청’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고 합니다. 특검팀은 이 부분을 들이대며 박 대통령의 지시 여부와 배경을 집중 추궁했습니다.

어제 오후 1시35분쯤 출석했던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은 오늘 새벽 4시40분까지 15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조치됐습니다. 귀갓길에 “(장시호) 지원할 때 이재용 부회장과도 상의했느냐”는 등의 취재진 질문이 이어졌지만 그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특검팀은 장시간 조사한 것과 관련, “조사 분량이 많았고 조서 확인 과정에서 시간이 다소 지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특검팀은 김 사장이 아직까지 참고인 신분인데 필요하면 다시 소환하겠다고 합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30일 특검에 처음 소환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뉴시스

# 김기춘 옥죄는 블랙리스트 수사 박차=김종덕 전 장관이 오전 10시쯤 처음으로 소환됐습니다. 그는 2014년 8월부터 지난 9월까지 문체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그는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구속)씨의 대학원 은사로, 차씨 추천을 받은 최순실씨의 힘으로 장관에 올랐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는 2014년 중반부터 2015년 초반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작성돼 문체부로 내려간 것으로 추정돼 김 전 장관의 재직 기간과 겹칩니다. 김 전 장관은 국회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를 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는데 그게 사실일까요? 전임 장관으로 블랙리스트 존재를 폭로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개가 웃을 일’이라고 했습니다. 유 전 장관의 증언을 보면 블랙리스트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총괄지휘 아래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특검 사무실에 출석한 김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특검에서 모든 내용을 소상하게 밝히고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습니다.

어제 오후 1시45분쯤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던 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현 주프랑스 대사)은 밤샘 조사를 받고 오늘 새벽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귀가시간이 새벽 1시40분으로, 12시간가량 조사를 받았죠. 모 대사는 귀갓길에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느냐”고 기자들이 묻자 “성실히 조사받았다”고만 말했습니다. ‘블랙리스트를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조사 중인 사안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특검팀에 뭔가 털어놓은 듯한 모습입니다.

문화예술단체로부터 김기춘 전 실장 등과 함께 고발당한 용호성 주영한국문화원장도 어제 특검팀의 비공개 조사를 받고 오늘 새벽 1시쯤 귀가했습니다. 용 원장은 국립국악원 기획운영단장 시절 문화예술공연을 사전검열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김성태 위원장(왼쪽)이 30일 청문회 위증 혐의 증인들을 고발하기 위해 특검팀을 방문해 박영수 특검을 만나고 있다. 뉴시스

# 국회 위증 철저히 수사한다=이규철 대변인이 오후 2시30분 정례브리핑에서 강조한 부분이 있습니다. “특검은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에 출석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하는 행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국조특위에서 고발한 사안을 철저히 수사하고 관련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입니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거짓을 말한 자들을 철저히 수사해 엄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문형표 전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청문회 위증과 관련해서도 국조특위에 이들을 고발해달라고 먼저 요청한 바 있습니다. 국조특위는 오늘도 김기춘 전 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약 20명에 대한 위증 수사를 무더기로 의뢰했습니다.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이 직접 특검 사무실을 방문, 박영수 특검을 만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이 대변인은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의 옷값, 진료비 등을 대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수사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현재 상황에서 결정된 바 없지만 추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습니다.

30일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는 이규철 특검 대변인. 뉴시스

# ‘구속 1호’ 밤늦게 결정=특검 1호 구속영장이 청구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오후 3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습니다. 긴급체포된 뒤 특검팀 조사에서는 수의를 입었으나 오늘은 양복 차림입니다. 구속 여부는 밤늦게 또는 내일 새벽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 이번 주말은 숨고르기=내일은 연말의 마지막 주말입니다. 취재진이 주말 소환자를 묻자 이 대변인은 “확정적으로 말한 순 없지만 주말에는 아마도 중요 소환 대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금까지 약 1달 동안 쉴새없이 달려와 모든 검사와 직원들이 지쳐 있는 상황이라 1월 1일은 쉴 수 있는 시간을 드릴 거라고 했습니다. 기자 여러분들도 좀 쉬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2016년 병신년이 가고 2017년 정유년이 옵니다. 저도 새해에 뵙겠습니다. 꾸벅.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