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 돈 보내라는 협박편지에 스스로 입금한 성매매업소 업주들

입력 2016-12-30 13:46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더니...’

성매매와 전쟁을 선포한 경찰의 단속에도 전국 각지 마사지업소와 허브샵에서 성매매행위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성매매 업주들은 “돈을 보내지 않으면 성매매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정체불명의 편지 한 통을 받고 앞다퉈 현금을 입금했다가 경찰 수사를 받아야 될 처지가 됐다.

광주서부경찰서는 서울과 경기 부천, 광주 등의 성매매 추정업소 25곳에 협박편지를 발송해 돈을 뜯어낸 혐의(공갈)로 소모(57)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소씨는 이달 초 “경찰 정보원이다. 이번 달부터 50만원씩 걷겠다. 성의표시를 하지 않으면 성매매 사실을 적발하겠다”는 내용의 협박편지를 2차례에 걸쳐 보낸 혐의다. 경찰은 소씨가 00마사지, 00허브샵 등의 업소 명칭으로 영업 중인 업소를 무작위로 골라내 자신의 연락처, 입금 받을 금융계좌 번호와 함께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경찰조사결과 소씨의 편지를 받은 마사지업소와 허브샵 업주 중 11명은 실제 소씨 계좌에 216만원의 돈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기죄로 수감됐다가 지난달 출소한 소씨가 유사한 수법으로 돈을 더 뜯어온 것으로 보고 여죄를 캐고 있다.

경찰은 광주 서구의 마사지 업소에서 발생한 폭행·공갈 사건을 수사하다가 소씨의 협박편지를 알아내고 발송지를 추적해 소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소씨가 유흥비와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고 남은 금융계좌의 잔액 120만원을 범죄수익금으로 환수하기로 했다.

경찰은 협박편지를 받고 입금한 업소들의 성매매 여부에 대한 수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더니 성매매 업주들이 사법처리가 두려워 누군지도 모를 편지 한 통에 적잖은 돈을 자발적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