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아프다" 국정 농단 피로감 호소한 최순실

입력 2016-12-30 11:11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검찰로부터 인계 받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취록에 “(국정에 신경 쓰느라) 머리가 아프다”며 짜증을 자주 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일보는 특검을 인용해 박 대통령의 발언 윤곽을 가다듬어주는 등의 지시를 하면서 여러차례 ‘머리가 아프다’는 짜증을 냈고, 정 전 비서관은 ‘알겠습니다’나 ‘네. 선생님’ 등의 답변만으로 순순히 받아 들였다고 3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씨는 정 비서관의 답이 늦어지거나 반응이 소극적일 경우 큰 목소리고 다그치기도 했다. 2013년 10월쯤 박 대통령이 서유럽 순방을 앞두고 최씨가 “놀러 다니는 것처럼만 보인다”며 “정리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떠나야 한다. 수석 비서관 회의를 하고 가자”고 등의 지시 내용이 다수 담겨 있다.

최씨의 머리가 아프다는 발언에 대해 사정당국 관계자는 “할 일도 많은데 국정의 이런 저런 일까지 챙기느라 힘드니 아무 말 하지 말고 대통령에게 잘 전달하라는 의미”라며 “최씨가 국정 전반을 다 챙기고 있었던 정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로 국민들이 더 머리가 아프다” “최순실과 박근혜는 정치연기상을 받아야 한다” 등의 조롱과 비난 섞인 댓글이 쏟아졌다.

한편 어제 열린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최순실의 국정 개입 증거가 쏟아졌다. 검찰은 외국 대사들이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카드와 선물이 최순실의 집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