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하고, 미국 내 러시아 정부 소유 시설 2곳을 폐쇄했다. 대선 때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해킹한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한 오바마 행정부가 응징에 나선 것이다. 이에 러시아는 해킹 사실을 부인하면서 보복을 다짐하는 등 크게 반발했다.
미 국무부는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재 러시아대사관과 샌프란시스코 주재 러시아총영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 35명에게 72시간 이내에 가족들과 함께 미국을 떠날 것을 명령했다.
국무부는 또 뉴욕과 메릴랜드에 있는 러시아 정부 소유 시설 2곳을 폐쇄하고, 러시아 관계자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재무부는 해킹 배후로 지목된 러시아군 총정보국(GRU)과 러시아연방보안국(FSB) 등 러시아 정보기관 2곳을 포함한 5개 러시아 기관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다.
또 이고르 발렌티노비치 국장 등 GRU 간부 3명을 포함한 개인 4명에 대해서도 미국 내 자산 동결과 여행제한 등 경제제재대상에 포함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휴가 중인 하와이에서 “이번 제재는 러시아가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려는 것에 대한 대응”이라며 “미국의 동맹국들도 러시아의 민주주의 개입 행위에 반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러시아의 공격적인 행위에 대한 대응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해 비공개 제재 조치도 착수했음을 시사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해킹에 관련된 러시아 관리들에 대한 기소까지 검토했으나, 연방수사국(FBI)은 아직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명령으로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7월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주요 인사들의 이메일이 해킹돼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되자 러시아를 배후로 의심해 왔다.
조사에 나선 미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당국은 이달 초 러시아가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당선시키기 위해 해킹을 감행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의 선거 개입을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 서둘러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