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회장의 둘째 사위인 김재열(48)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이 특별검사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김 사장은 이건희 회장의 둘째딸인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의 남편입니다. 삼성의 최순실씨 일가 특혜 지원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것입니다. 참고인으로 나온 김 사장은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합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관련해 어제 긴급체포됐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됐습니다. 문 전 장관은 국민연금에 합병을 찬성하도록 지시한 사실을 자백했습니다. 특검팀 출범 이후 구속영장 청구 1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 적용에 한걸음 더 다가선 것입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소환도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돈도 실력이야”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고 이죽거렸던 정유라(20)씨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 등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특검팀은 이대와 최경희 전 총장 및 관련 교수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습니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힘이 딸 유라씨의 이대 입학과 학사관리 특혜에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수사입니다. 유라씨는 2015학년도 수시전형 체육특기자 전형에서 승마 분야로 합격한 뒤 이대로부터 온갖 특혜를 받았습니다. ‘입시 농단’ ‘학사 농단’이란 말을 듣는 이유죠. 공식 수사 9일째(12월 29일 목요일)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 ‘교육 농단’ 파헤치기=특검팀은 오전 10시쯤부터 이화여대에 수사진을 보내 입학 및 학사관리 관련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압수수색을 한 10여곳에는 최경희 전 총장과 김경숙 전 체육대학장 등의 자택도 포함됐습니다. 관련 서류와 관계자들의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습니다. 대한승마협회(회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도 압수수색 대상입니다. 유라씨에 대한 이대의 입학·학사 특혜는 교육부 특별감사 결과에서도 밝혀진 바 있습니다. 결국 유라씨는 입학이 취소됐죠.
특검팀은 최 전 총장과 남궁곤 전 입학처장, 김 전 체육대학장 등을 조만간 줄줄이 소환할 예정입니다. 최 전 총장 등은 지난 15일 국회 청문회에서 특혜를 지시한 적도, 특혜를 준 적도 없다면서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는데 특검팀 조사에서도 계속 오리발을 내밀지 궁금합니다.
# 삼성 관계자 첫 공개소환=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은 오후 2시 소환됐습니다. 삼성그룹 임원 중 공개 소환은 처음입니다. 김 사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 사이 최순실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37·구속기소)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여원을 특혜 지원하는 데 관여했습니다. 이 후원 자금은 삼성전자로부터 건너온 것입니다.
김 사장이 왜 지원을 했는지가 수사의 초점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대가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 사장 조사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 소환을 위한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김 사장은 오후 1시35분쯤 특검 사무실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에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만 한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특검보)은 김 사장과 관련해 “현재 상태에선 참고인으로 소환된 것인데 향후 조사과정에서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뜻이죠.
# 구속영장 청구 1호=문형표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습니다. 이규철 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문 전 장관은 지난해 7월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지시한 사실을 그간 전면 부인하다가 지시 사실을 인정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국회 청문회에서 ‘지시하지 않았다’고 한 부분이 국회 증언감정법상의 위증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Q.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파악한 건가?
A. 대통령까지는 말씀드릴 수 없고 향후 조사를 더 해봐야 한다.
Q. 문형표 배임 혐의(국민연금에 손실을 끼친 부분)는 적용 안 된 이유?
A. 적용이 안 됐다기보다는 현재 상태에서 그 부분에 대해 검토 중이다.
Q. 문형표가 왜 합병 찬성을 지시했는지 이야기하나.
A. 나머지는 피의사실 관련이라서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문 전 장관의 구속 여부는 30일 오후 3시부터 열리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됩니다. 심리는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담당합니다.
#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주체는?=어제 일시귀국한 모철민 주프랑스대사가 오후 2시 소환됐습니다. 당초 오전 10시 소환 통보를 받았으나 건강상 이유로 시간을 오후로 조정했습니다. 그는 출석 예정 시각 15분전쯤 특검 사무실에 나왔습니다.
모 대사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주체가 어디인지를 밝혀내기 위해 특검팀이 불렀습니다. 모 대사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2013년 3월∼2014년 6월) 재직 때 정무수석실에서 작성된 블랙리스트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모 대사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않은 채 조사실로 향했습니다.
# 최순실 오빠 나타나다=최순실(60)씨의 오빠인 최재석(62)씨가 오후에 특검팀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정식 조사를 받으러 온 게 아니라 정보제공 차원에서 접촉하러 왔다고 합니다. 최재석씨는 최태민씨의 3남6녀 가운데 셋째 아들입니다. 최태민-최순실 일가의 재산 관련 정보를 주려고 온 듯합니다.
아울러 특검팀은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간호장교였던 조여옥 대위를 오후 4시쯤 재소환해 보강조사를 벌였습니다. 조 대위로부터 관련 자료도 제출받았습니다. 내일(30일) 오전에는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을 소환조사한다고 특검팀은 밝혔습니다. 특검팀 수사가 전체적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느낌입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