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지난 19일(현지시간) 19t 대형트럭이 베를린 크리스마스 시장을 덮쳤을 때 차량의 자동 제동장치가 작동해 더 큰 참사로 이어지는 것을 막았다고 28일 보도했다. 당초 트럭을 멈춰세운 것으로 알려진 폴란드인 운전사는 테러 당시 이미 상황에 개입하지 못할 만큼의 치명상을 입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트럭에는 초기 외부충격을 인식하는 내부 컴퓨터 제동장치가 탑재돼 있었다. 이 소프트웨어는 작동에 앞서 우선 운전자에게 위험을 경고하고 회피 조치를 취하게끔 설계돼있다. 유럽연합(EU)은 2012년 3.5t을 초과하는 모든 신형 트럭에 이 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했다.
독일 수사 당국은 “기술이 생명을 살렸다”며 이 제동장치가 작동한 덕분에 행인들을 들이받으며 70m를 달린 범행 트럭의 질주가 멈춘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이 테러로 12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반면 지난 7월 프랑스 니스 테러에 쓰인 19t 대형트럭은 30여분 동안 2㎞를 폭주하며 8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2012년 이전에 제작된 이 트럭에서는 자동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니스 테러 이후 총기나 폭발물에 비해 규제가 힘든 대형 차량을 무기로 삼는 테러가 골칫거리로 부상했다. 현지 언론들은 자동 제동장치를 활용하면 대형 차량으로 일반 시민인 '소프트 타깃(soft target)'을 노리는 유형의 테러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한편 독일 수사 당국은 테러범 암리(24)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튀니지 출신의 40세 남성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튀니지에서도 암리의 조카 등 3명이 체포됐었다.
암리는 범행 직전 지인에게 "형제여 신의 뜻대로 모든 것이 잘되고 있고 나는 지금 차 안에 있다. 나를 이해했는가?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