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검사팀의 1호 구속 대상은 문형표(60) 전 보건복지부 장관입니다. 오늘 새벽 긴급체포돼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복지부 장관(2013년 12월∼2015년 8월)까지 한 사람이 4개월 만에 그 밑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2015년 12월∼)을 맡는 역주행을 했을 때부터 뭔가 구린 냄새가 나긴 했습니다. 메르스 사태 부실대응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는데 공공기관 이사장으로 컴백을 하는 게 말이 안됐으니까요. 특검팀 수사를 보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대가였던 모양입니다. 이제 합병을 매개로 한 삼성의 최순실씨 특혜 지원 의혹은 마지막 퍼즐만 남은 듯합니다. 제3자 뇌물죄의 종착역인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턱 밑까지 수사의 칼날이 들어온 격입니다. 두 사람은 얼마나 떨고 있을까요.
오늘도 동시다발 압수수색이 전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박 대통령 ‘비선 진료’ 의사인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과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 병원 원장의 자택과 사무실, 차움의원, 서울대병원 등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입니다. 청와대 간호장교였던 조여옥 대위는 출국금지를 당했습니다. 이 모두가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의혹과 ‘의료 농단’을 파헤치기 위한 전방위 수사입니다. 공식 수사 8일째(12월 28일 수요일)의 이야기입니다.
# 세월호 7시간 의혹 정조준하다=오전 8시40분쯤 비선 진료 당사자인 김영재 원장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김영재의원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진료기록과 업무일지 등을 확보했습니다. 김 원장 부인인 박채윤 대표가 운영하는 와이제이콥스메디칼도 대상입니다. 김 원장은 최순실씨 단골 성형외과 의사로 청와대와 정부의 각종 특혜 지원을 받았다는 의심도 사고 있습니다. 최씨는 김영재의원에서 일주일에 1번꼴로 향정신성의약품인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맞았습니다.
또 다른 당사자인 김상만 전 원장 자택과 사무실, 그리고 그가 일하며 대리처방을 했던 차움의원도 수색했습니다. 김 전 원장은 박 대통령 자문의를 지냈습니다. 차움의원은 박 대통령이 ‘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진료를 받고 최순실 최순득 자매 이름으로 주사제를 처방받은 곳입니다. 김영재 김상만 두 사람의 비선 진료는 세월호 7시간 의혹과 밀접히 연관돼 있습니다.
박 대통령 주치의를 지내면서 김영재 원장에 특혜를 준 의혹을 받은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의 자택과 서울대병원 압수수색도 진행됐습니다. 서 병원장은 대통령 주치의로 있을 당시 비선 진료를 묵인·방조하는 등 직무를 유기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순실씨 일가의 주치의인 이임순 순천향대 산부인과 교수의 자택과 사무실 등도 압수수색 대상이었습니다. 이 교수는 최씨 딸 정유라씨가 제주도에서 출산을 할 때 도와준 사람입니다.
조여옥 대위는 세월호 참사(2014년 4월 16일) 당시 청와대 간호장교로 근무한 사람입니다. 조 대위는 지난 24일 특검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미국 연수 중인 조 대위는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기 위해 귀국해 30일 다시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출금으로 일정이 틀어졌습니다. 특검팀은 육군 인사사령부 소속 모 중령을 불러 조 대위의 미국 연수 경위도 조사했습니다.
# 박근혜 이재용 떨고 있나?=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삼성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합병을 찬성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혐의(직권남용)로 오늘 새벽 1시45분쯤 긴급체포됐습니다. 특검팀은 문 전 장관이 의혹을 부인하자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봤습니다. 어제 조사받은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복지부 압력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오리발을 내민 겁니다. 수사팀은 긴급체포 후 48시간 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내일 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문형표→복지부 연금정책국 간부→홍완선으로 합병 찬성 지시가 내려간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습니다. 그 정점에 박 대통령이 있다고 판단되는 거죠. 그 대가로 삼성은 최순실씨를 지원했다는 겁니다.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하는 것이죠.
문 전 장관은 오늘도 오전 10시쯤 수의를 입은 채 구치소 호송차를 타고 특검 사무실에 와서 계속 조사를 받았습니다. 청와대와의 연결고리가 확인되면 이재용 삼성 부회장도 소환될 겁니다. 이 부회장은 출국금지 상태입니다.
#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 박차=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재직 2014년 12월∼2016년 6월)을 오전 10시 소환조사했습니다. 김 전 수석은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구속기소)씨의 외삼촌으로 숙명여대 교수로 있다 교문수석에 전격 발탁된 인물입니다. 차씨가 최순실씨에게 천거한 덕분이죠.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김 전 수석은 취재진이 “블랙리스트 존재 사실 알고 있었느냐”고 묻자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만 한 채 조사실로 들어갔습니다.
박 대통령 측근인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도 오후 소환됐습니다. 그는 2013년 3월 국민소통비서관으로 있다 2014년 6월부터 정무비서관으로 지낸 뒤 지난 4월 그만뒀습니다. 그는 ‘정윤회 문건’에 나오는 ‘십상시’(측근 비서진 10명) 중 1명입니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작성된 블랙리스트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한 의혹을 받은 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재직 2013년 3월∼2014년 6월)은 현재 주프랑스 대사입니다. 최근 외교부를 통해 특검팀의 소환 통보를 받고 오늘 일시 귀국했습니다. 특검팀은 그를 29일 오전 10시 소환했습니다.
# 최순실 관련자 40명 재산내역도 추적=이규철 대변인(특검보)은 오후 2시30분 정례브리핑에서 최순실씨 재산 의혹과 관련, 최순실 관련자 약 40명에 대한 재산내역 조회를 금융감독원에 요청했다고 공개했습니다. 특검은 금감원에서 자료를 넘겨받는 대로 최씨와 그 주변인의 재산형성 과정과 은닉 여부를 추적할 것입니다.
Q. 재산조회 관련해 40명 범위가 어떻게 되나. 친인척인가?
A. 40명 선별 기준은 현재 단계에서는 말하기 곤란하다.
Q. (조사에 필요한) 기간은 어느 정도 걸리나.
A.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듯하다.
Q. 조사 범위에 최태민의 70∼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나.
A. 그 부분은 현 단계에서 밝히기 곤란하다.
Q. 최순실 가족에 박근혜 포함돼 있나.
A.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Q. 정윤회 출국금지는?
A. 특검에서는 출금한 사실 없다.
Q. 최순실 프로포폴 중독 의혹도 조사?
A. 압수수색한 결과를 종합해서 추후에 모두 검토할 예정이다.
Q. 서창석(서울대병원장) 압수수색 영장에는 직권남용 혐의 포함돼 있나.
A. 직권남용보다는 직무유기 쪽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