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유진룡 전 문화부 장관의 폭로로 그 실체가 드러났다. 특검 역시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특검이 이와 관련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을 압수수색했다. 무려 9473명이 넘는 이름 등이 적힌 리스트. 여기에 이름을 올린 원로 연극인 손숙씨는 28일 “정말 미친 사람들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손씨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나라가 이렇다는 게 굉장히 부끄럽고 창피하다. 정말 이런 정도인 줄 몰랐다”며 황당해했다.
그는 “처음에는 ‘그렇게 할 일들이 없을까’라고 얘기를 했고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손씨는 자신이 리스트에 오른 근거가 ‘문재인 지지자’라는 것에 대해 “(대선 당시) 방송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가 도와달라 해도 저는 정말 단호히 거절했다. 심지어 제가 박근혜 캠프에 들어간다는 뉴스까지 뜬 적이 있었다”며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내놨다. 이어 “가능한 대로 정말 어느 쪽에 휩쓸리지 않고 그러려고 애를 썼기 때문에 그냥 명단 올라갈 줄 알았으면 도와드릴걸”이라며 ‘조소’섞인 말도 했다.
손씨는 “유신 때도 이런 게 있었나? 참 황당하다”며 “문화예술계에서는 거기 안 올라가면 창피하다는 이런 얘기까지 있다”고 소개했다.
또 “지금 생각하니까 제가 무슨 국립극단 재단 이사장을 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그런데 한 달인가 지났더니 죄송하다고. 그러니까 아마 위에 가서 잘린 모양이다”며 일화도 소개했다.
손씨는 김기춘 전 실장에 대해 “유신시대 분”이라며 “문화계뿐만 아니라 언론계를 관리해서 꼼짝 못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