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의 ‘박근혜 특검’ 생생기록] 22. 국제수배령 떨어진 정유라… 쫓기는 박근혜

입력 2016-12-27 17:53 수정 2016-12-28 16:46
27일 오후 김포공항 입국장에서 열린 1700만번째 외국인 관광객 환영행사에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입장하고 있다. 전날 특검팀에 자택을 압수수색당한 조 장관은 이날도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인했다. 뉴시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해 7월 합병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구속 수감 중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특검팀에 소환돼 장시간 조사를 받았습니다. 합병 찬성 결정을 주도한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어제에 이어 재소환됐습니다. 삼성 합병을 대가로 한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 수사를 위한 퍼즐을 맞춰가는 모양입니다.

독일에 체류 중인 최순실씨 딸 정유라(20)씨에 대해서는 인터폴에 적색수배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우리 경찰청은 인터폴 사무총국에 서류를 접수시켰습니다. 접수가 완료되면 인터폴은 190개 회원국에 적색수배 발부 사실을 통보하게 됩니다. 이제 국제수배령이 떨어졌으니 정씨가 검거돼 강제압송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공식 수사 7일째(12월 27일 화요일)의 이야기입니다.

27일 특검 사무실로 소환된 관련자들. 왼쪽부터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뉴시스

# 문형표 안종범 홍완선 줄줄이 소환… 최순실은 조사 거부=오전 9시30분 소환된 문형표 전 장관은 특검 사무실에 도착해 “(삼성 합병 찬성 관련) 청와대 지시를 받은 게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특검에서 잘 말하겠다”며 답변을 피했습니다.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판단 근거를 묻자 “짧은 시간에 다 설명드리기가 쉽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본인이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을 지시한 다음에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옮겼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러고는 다른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사실로 올라갔습니다.

당초 오전 9∼10시 소환통보를 받은 안종범 전 수석은 건강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가 특검팀의 거듭된 요구를 받아들여 오후 1시30분쯤 출석했습니다. 안 전 수석에 대한 특검팀의 조사는 처음입니다.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은 오후 2시 연이틀 소환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특검팀이 지난 24일에 이어 재소환 통보한 최순실씨는 오후 조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버틴 것입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장관 재직 시절 직접 봤다고 폭로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그의 발언을 전한 뉴스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 유진룡 폭로… 실체 드러나는 블랙리스트=‘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건을 일부 확보한 특검팀은 오전 10시 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을 소환해 조사했습니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 9473명의 명단이 적힌 이 문건은 2014년 중반∼2015년 초반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업데이트하며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 전 차관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 재직(2014년 9월∼2016년 2월) 시절 블랙리스트 작성 실무를 담당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그 전 비서관으로부터 실무를 이어받았겠죠. 이 리스트 연루 의혹으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2013년 8월∼2015년 2월)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자택이 어제 압수수색을 당했죠. 조 장관은 당시 정무수석(2014년 6월∼2015년 5월)이었습니다.

2014년 7월 경질된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은 27일 방송된 CBS라디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퇴임 한 달 전에 직접 본 리스트의 존재를 폭로하며 이게 정말 대통령의 뜻인지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의 장난인지 특검에서 가려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 전 장관은 리스트 작성 이전에는 수시로 모철민 교육문화수석이나 김소영 문화체육비서관 등을 통해 김기춘 실장의 지시라며 구두로 전달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특검팀 사무실에 출두한 정 전 차관은 “블랙리스트는 누구 지시로 만들었나” “조윤선 지시였나”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조사실로 향했습니다.

지난 24일 특검에 공개소환된 '비선실세' 최순실씨. 그는 27일 소환에는 건강을 이유로 조사에 불응했다. 뉴시스

# 인터폴은 정유라 잡고, 특검은 최순실 강제구인한다=이규철 대변인(특검보)은 오후 2시30분 정례브리핑에 나섰습니다. 우선 어제 압수수색에는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자택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사람은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구속기소)씨의 대학원 은사, 외삼촌입니다.

정유라씨에 대해서는 금일 인터폴에 적색수배 요청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적색수배는 중범죄 피의자에게 내리는 국제수배령입니다. 인터폴 회원국 어느 나라에서나 정씨를 검거하면 우리나라로 강제 송환됩니다. 이 대변인의 말을 들어보죠. “인터폴 적색수배는 여권 무효화 조치를 신청만 해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해 곧바로 조치를 취했습니다. 요건은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체포영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만으로도 요건이 됩니다. 국내 송환을 위해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진 귀국도 가능성 있습니다.”

최순실씨의 조사 불응에 대한 대책과 관련해선 “원래 구속 피의자의 경우 검찰 출석 요청에도 불출석이 계속될 경우 체포영장을 통한 강제소환 방법이 있다”고 했습니다. 강제구인을 할 수 있으므로 걱정 안해도 된다고 합니다.

국정농단 의혹 관련자들을 강도 높게 조사하고 있는 특검 수사팀이 27일 점심 식사 후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수사팀장, 박충근 특검보, 양재식 특검보, 이용복 특검보. 뉴시스

# 나머지 Q&A= Q.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재직 2014년 6월∼2015년 1월)의 ‘비망록’을 증거로 입증하려는 계획은?
A. 현재 사본은 입수했지만 적법한 증거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보완조치를 할 예정이다. 사본을 그냥 받으면 추후 재판에서 증거능력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유족의 동의를 받거나 해서 원본을 받는 절차를 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Q. (어제 압수수색에서) 김기춘 핸드폰 확보됐나.
A. 핸드폰은 압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

Q. (압수수색 때) 김기춘 집에 있었나.
A. 있었다.

Q. 청와대 압수수색은 사전 예고 방식으로?
A. 청와대는 상당히 상징적인 곳으로, 압수수색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압수수색이 필요한지 여부와 필요하다면 어느 곳을 할지를 다 검토한 다음에 단 한번에 압수수색이 이뤄져야 된다. 현 단계에서 여러 분야에 걸쳐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수사 완료시점에 압수수색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현 단계에서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고,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