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인사 블랙리스트’ 기사와 관련한 사진을 찾다가 국민일보 데이터베이스에서 3년 여 전 사진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유진룡 전 장관과 조윤선 현 장관이 사이좋게 대화하는 모습입니다.
3년하고도 9개월 전인 2013년 3월 청와대입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첫 내각이 함께 모여 첫 번째 국무회의를 시작하기 바로 직전이라고 하네요. 당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모철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그리고 조윤선 여성가족부장관이 나란히 서서 얘기하는 장면입니다. 유 전 장관과 조 장관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 속 세 사람의 상황은 3년 9개월이 지난 지금 퍽 많이 달라졌습니다. 유 전 장관은 2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문화계 인사 블랙리스트’와 관련, “리스트 (형식) 이전에 구두로, 수시로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라고 하면서 모철민 수석이나 김소영 비서관을 통해 문체부로 전달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유 전 장관의 언급 속에 등장하는 모철민 수석이 바로 사진 속 가운데에 서 있는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입니다.
유 전 장관은 이 인터뷰에서 “퇴임 한 달 전 쯤 블랙리스트를 직접 봤다”라며 “정무수석실이 작성한 수백 명의 이름이 적힌 A4 용지를 교육문화수석실로부터 전달받았다”라고도 얘기했습니다.
유 전 장관은 2014년 7월 퇴임했는데 이보다 한 달 전인 2014년 6월 당시 정무수석은 바로 조윤선 장관입니다. 조 장관이 정무수석일 당시 수백 명의 이름이 적힌 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얘기입니다. 그동안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를 본 적도 없다”며 허위 주장에 대해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혀왔는데 둘 중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3년여 전 설레는 모습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정부 내각의 일원으로 만났던 이들의 관계는 이제 서로에게 칼끝을 벼르고 있는 적처럼 변했습니다. 평행선을 달리는 두 사람의 얘기 가운데 진실은 과연 어떤 쪽일지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