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의 ‘박근혜 특검’ 생생기록] 21. ‘법꾸라지’ 김기춘 덜미 잡나… 핸펀 압색

입력 2016-12-26 17:43 수정 2016-12-27 12:15
특검팀이 26일 오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김 전 실장의 문패. 뉴시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법률 미꾸라지’라는 오명을 얻은 김기춘(77)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정조준하고 나섰습니다. 그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격적으로 실시했기 때문입니다. 조윤선(50)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집무실과 자택도 압수수색을 했습니다. 김·조 두 사람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에 공통적으로 관련돼 있습니다. 오늘 동시다발 압수수색이 벌어진 곳은 10여곳입니다.

소환자 중 주요 인물은 홍완선(60)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입니다.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결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사람입니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오전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사실들을 확인해줬습니다(Q&A 참조). 공식 수사 6일째(12월 26일 월요일)의 특검 이야기입니다. 주말 상황(24∼25일)도 덧붙입니다.

특검팀 수사관이 26일 압수수색이 이뤄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자택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이번에는 수사 그물망에 김기춘 가두나=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기춘 전 실장 자택 압수수색은 오전 7시쯤부터 시작됐습니다. 그의 휴대전화와 업무 관련 기록, 각종 서류 등을 압수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왕실장’ 또는 ‘기춘대원군’으로 불릴 만큼 박근혜정권 전반기(2013년 8월∼2015년 2월 비서실장)의 최고 실세였습니다.

그가 받는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2014년 10월쯤 당시 김희범 문체부 1차관에게 1급 실·국장 6명으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한 혐의가 있습니다. 이 중 3명이 공직을 떠났습니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로 입건됐습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폭로한 내용이기도 하죠. 특검팀은 유 전 장관도 최근 참고인으로 조사했습니다.

김종(55·구속기소) 전 문체부 2차관이 ‘왕실장’에게 문체부 전 간부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도록 해달라고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최순실(60·구속기소)씨 국정농단 묵인 내지 방조 의혹도 수사대상입니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담긴 김 전 실장의 각종 직권남용 의혹도 규명 대상이죠.

박영수 특검이 “그분(김기춘) 논리가 보통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이번에야말로 수사 그물망을 제대로 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번 압색은 직권남용 혐의의 증거 확보를 위한 것입니다.

지난 22일 제3회 대한민국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 시상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는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뉴시스

# 블랙리스트 부인한 조윤선과 문체부 압색=조윤선 장관의 서울 반포동 자택은 물론 정부세종청사 문체부 사무실도 압수수색으로 초토화됐습니다. 문체부 기획조정실, 문화예술정책실 산하 예술정책국, 문화콘텐츠산업실 산하 콘텐츠정책국 등이 주요 타깃이죠. 장관 집무실과 비서실도 포함됐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실도 대상입니다. 문체부는 그간 최순실씨와 그 측근들의 국정농단 놀이터였습니다.

예술정책국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관리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 장관이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인한 바 있는데 사실 여부는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것입니다. 콘텐츠정책국은 ‘문화계 황태자’인 차은택(47·구속기소)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이 연루된 문화산업융합벨트 사업을 담당하는 곳입니다.

Q. 압수수색 물건에 김기춘 조윤선 휴대전화 포함되나.
A. 일반적으로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Q. 김기춘 조윤선 동시 압색은 두 피의자의 공통된 혐의 수사가 먼저 시작된 걸로 봐도 되나.
A. 그렇게 봐도 된다.

Q. 김기춘 조윤선 부를 일정 정해졌나.
A. 아직은 정해지지 않았다.

Q. 김기춘 압색 이번이 처음인가.
A. 특검에서는 처음이다.

Q. 김기춘 압색할 때 그가 자택에 있다는 보고는 받았나.
A. 그런 보고 구체적으로 받은 적 없다.

구속 기소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26일 오후 특검 사무실로 사흘째 소환됐다. 뉴시스

# 전(前) 복지부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 자택도 수색=삼성 합병 의혹과 관련해 문형표(60)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김진수(58)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의 주거지도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직권남용 혐의입니다. 삼성 합병은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 의혹과 직접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윗선 외압에 의한 합병 찬성 대가로 삼성이 최순실씨 모녀를 특혜 지원한 것 아니냐는 것이죠.

합병 찬성을 주도한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오전 9시3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팀 사무실로 소환됐습니다. 업무상 배임 혐의의 피의자 신분입니다. 10분 전 도착한 홍 전 본부장은 취재진에게 “특검에서 성실히 진술하겠다”고 했습니다. 문형표 전 장관의 합병 찬성 지시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부인했습니다. 국민연금은 복지부 산하 기관입니다. 김종 전 문체부 2차관도 오후 2시 재소환됐습니다. 그는 24일부터 사흘 연속 특검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Q. 홍완선 구속영장 검토하나.
A. 그건 수사상황에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

Q. 문형표 압색은 삼성 합병과 관련해 직접 지시가 포착돼 한 것인가.
A. 그런 진술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 드릴 수 없다. 어떤 진술이 확인됐기 때문에 압색 한다기보다는 범죄 단서를 찾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Q. 문형표는 업무상 배임 피의자인가, 직권남용 피의자인가.
A. 당시에는 복지부에 있었기 때문에 직권남용으로 보면 맞을 듯하다.

Q. 김종은 삼성 관련 뇌물죄와 문화체육계 국정농단 혐의 관련해 모두 조사 받고 있다고 이해하면 되나.
A. 말씀드린 바와 같이 관련된 혐의는 다 조사대상이라고 보면 된다.

24일 오후 특검 사무실로 공개 소환된 '비선실세' 최순실씨. 뉴시스

# 우병우 개인비리도 합쳐서 들여다본다=김기춘 전 실장과 함께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묵인 내지 비호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도 본격 진행될 예정입니다. 특검팀이 우 전 수석 비위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 특별수사팀으로부터 수사기록 일부를 넘겨받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고검장)은 향후 수사를 서울중앙지검에 맡기고 출범 4개월 만에 공식 해산했습니다. 별다른 성과가 없어 수사결과 발표도 없었습니다. 윤 고검장은 “특검팀에서 요구하는 자료들을 보냈다”며 “특검팀이 추가로 자료를 요청해오면 법률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조여옥 전 청와대 간호장교가 25일 새벽 참고인 조사를 마친 후 특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 급박하게 돌아간 주말(24∼25일) 표정=특검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공개 소환자가 있었죠. 바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종 전 문체부 차관입니다. 오전 10시 특검팀 사무실로 소환됐습니다.

청와대 간호장교였던 조여옥 대위도 오전에 참고인으로 소환해 25일 새벽 3시쯤 돌려보냈습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조사하기 위한 것이죠. 최순실씨도 오후 2시에 처음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이규철 대변인의 24일 오후 주요 브리핑 내용은 이렇습니다. “김종과 최순실의 경우에는 기존에 이미 특수본에서 기소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기소된 범죄사실은 현재 특검 수사대상 14가지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기존에 기소된 공소사실 이외에 특검 수사대상에 대해 별도로 확인할 부분이 있어 소환을 했습니다.… 뇌물죄를 포함한 다른 부분도 다 관련돼 있습니다.”

구속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25일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뉴시스

성탄절인 25일 오후에는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소환했고, 김종 전 차관도 전날에 이어 재소환했습니다. 특검팀은 정 전 비서관의 경우 문건 유출 이외에 추가로 다른 범죄에 개입돼 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의혹이 다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변인의 25일 오후 브리핑 중 핵심은 청와대 압수수색과 관련된 것입니다. 취재진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청와대 압수수색 경우에는 아시다시피 압수수색 영장 발부 시점은 저희들이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집행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공개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인 시점은 말씀드릴 수 없고요. 현재 상태로도 여전히 압수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느 부분을 할 것인지 이런 부분들까지 포함해서 현재도 검토 중에 있습니다.” 공개 압수수색 천명은 국민적 여론을 등에 업고 청와대를 압박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전운이 감돕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